"중국, 독일 싱크탱크 제재 철회 막후 논의했으나 너무 늦어"
홍콩언론 "중국, 화해의 손 내밀었지만 EU 상황 이해 부족"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독일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독일 싱크탱크에 대한 제재 철회 논의를 막후에서 진행했으나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훙보(吳紅波) 중국 유럽사무 특별대표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지난해 11월 마지막주 독일 저명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MERICS) 측 인사들을 만났다.
중국 전직 관료들로 구성된 해당 대표단은 당시 베네룩스 3국과 아이슬란드를 순방하던 중이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3월 유럽연합(EU)이 신장(新疆)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4명의 중국 관리와 국영단체 1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자 곧바로 EU이사회 정치안전위원회(PSC)와 MERICS에 대해 보복제재를 가했다.
독일 주재 중국대사관이나 MERICS 모두 양측의 만남을 확인하지 않았으나, 여러 소식통은 해당 회동에서 중국이 MERICS에 가한 제재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중국 대표단은 MERICS에 대한 제재 철회를 원하는 게 분명해 보였고, 자신들이 뭔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러나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해당 회동 바로 다음 주인 12월 6일(현지시간) EU가 위구르족 인권 탄압과 관련한 제재를 2022년 12월 8일까지로 1년 더 연장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EU가 인권 유린과 관련해 중국을 제재한 것은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 사태 후 처음이었는데, 대중국 여론 악화 속 제재 연장을 발표한 것이다.
소식통은 중국 대표단과 MERICS의 회담이 길게 이어졌고 매우 고무적이었지만 양측 관계 재설정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은 중국 측이 EU 내 상황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독일 글로벌공공정책연구소의 토르슈텐 베너 연구원은 SCMP에 "MERICS와 만난 것은 중국이 MERICS를 배제하려는 전략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마지못해 인정한 것"이라며 "중국이 공격적인 입장에서 크게 물러 물러서지 않는 한 EU-중국 관계 개선에는 어떠한 진전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우군'이었던 앙겔라 메르켈이 물러나고 올라프 숄츠가 신임 독일 총리에 취임한 이후 독일 새 정부와 교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유럽의회가 보류한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 비준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독일의 지원을 얻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신화 통신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1일 숄츠 신임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중국은 양국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양국 간 협력은 중국과 EU를 이끌어 왔고, 이는 양국이 시대 발전의 조류에 순응하는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설적인 태도로 EU와 중국 관계를 발전시켜 EU-중국 투자협정이 조속한 시일 내 효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 측이 양 정상의 통화내용을 상세하게 발표한 반면, 독일 정부 측은 간략하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당시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숄츠 총리는 취임을 기해 한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양국 경제·협력관계 심화와 EU-중국 관계 발전, 국제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만 밝혔다.
베너 연구원은 "중국이 독일 정부를 설득해 CAI 비준을 밀어붙이게 할지라도 유럽의회 내 강한 반대 기류를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그 이상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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