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수 급증 백두산 호랑이 중국·러시아서 낮에 잇단 출몰(종합)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최근 수년간 개체 수가 급증한 야생 백두산 호랑이(중국명 동북 호랑이)가 중국과 러시아에서 잇따라 출몰했다.
야행성이라 주로 야간에 출현했던 것과 달리 한낮에 목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3일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주(朱)모 씨가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시 산다오거우촌에서 촬영한 야생 새끼 호랑이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동영상에는 산속에 있던 새끼 호랑이가 주 씨를 발견하자 몸을 돌려 달아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호랑이는 달아나다 잠깐 멈춰 주 씨를 돌아본 뒤 다시 산속으로 사라졌다.
주 씨는 이튿날인 2일 낮에 같은 지점에서 성체 호랑이와 조우했다.
이 어미 호랑이는 주씨 일행이 탄 차가 지나가는 길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간 뒤 잠시 엎드려 주씨 일행을 응시하다가 숲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주씨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귀여운 모습을 한 새끼 호랑이는 인기척이 나자 황급히 달아났으나 어미 호랑이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꽤 오래 엎드려 있다 서서히 숲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주씨는 "호랑이띠 해를 맞아 이틀 연속 야생 호랑이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지만 무서워 감히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0일에도 훈춘에서 한낮에 성체 백두산 호랑이가 목격됐다.
목격자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뒤 "차를 타고 가다 2m 앞에서 길을 막아선 호랑이와 마주쳤다"며 "순순히 길을 내주고 숲속에서 우리가 떠나는 것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6일에는 중국 접경 지역인 러시아 극동부 유대인 자치구에서 성체 호랑이 1마리와 새끼 2마리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잡혔다.
아무르타이거센터가 설치한 비디오카메라에는 폭설 속 먹잇감을 찾으러 나온 어미와 4∼5개월 돼 보이는 새끼 호랑이들이 주위를 살피는 모습이 40초가량 담겼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 접경지역은 야생 백두산 호랑이 집단 서식지로, 출몰이 빈번하지만, 야행성이라 한낮에 지근거리에서 사람들과 마주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전문가들은 개체 수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지자 밀림에 국한됐던 야생 호랑이들의 먹이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당국이 작년 10월 지린과 헤이룽장 일대 1만4천100㎢를 백두산 호랑이 및 표범 국가공원으로 지정하는 등 지속적인 보호에 나서면서 이 일대 서식 호랑이는 2017년 27마리에서 50여 마리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전문가들은 개체 수가 늘면서 야생 호랑이 근친교배가 일어나고 있으며, 유전병 유발과 열성 유전자 구현으로 인해 지속가능한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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