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덩치만 큰 공룡서 변화해야"
"시총규모 카뱅·카카오페이의 5분의1 불과…시장은 우릴 공룡으로 봐"
"성장 도취해 변화에 무감각해져…단순 적응만으론 부족해"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3일 금융시장이 하나금융을 멸종해가는 공룡으로 보고 있다고 위기의식을 일깨우며 생존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인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김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지난 세월 우리는 숱한 변화와 위기의 순간을 이겨내며 해마다 성장의 역사를 써왔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눈부신 성과로 말미암아 '변화의 쓰나미 경보'를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치부하여 점차 변화에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고 임직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김 회장은 "메타버스, D2C(고객직접판매), NFT(대체불가토큰), 마이데이터 등 연일 새롭게 등장하는 세상의 낯선 용어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담당자들의 일이기에 금세 시큰둥해지고 변화에 무관심해져 간다"며 "자산 500조원의 '금융을 지배하는 공룡'은 그렇게 무사안일해지고, 대마불사의 헛된 희망을 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금융의 시가총액이 카카오뱅크[323410]와 카카오페이 두 회사의 시총 합산액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일견 굉장히 비합리적인 결과지만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지금과 같은 기업의 흥망이 걸린 변곡의 기로에서는 단순히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 강점의 레벨업 ▲ 디지털 퍼스트 ▲ 리딩 글로벌 등 3개 키워드를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빅테크가 가지지 못한 강력한 오프라인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며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우리만이 가진 강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경쟁자들과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은 구호의 나열로 그치지 말고 그룹의 디지털 핵심 기반부터 재설계 해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 리딩 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 또한 변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전 그룹사가 협업 가능한 사업모델을 찾아 디지털로 무장해 함께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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