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서울 아파트 역대급 '거래절벽'…집값 급락한 2012년 수준

입력 2022-01-02 08:35
수정 2022-01-02 16:16
작년 서울 아파트 역대급 '거래절벽'…집값 급락한 2012년 수준

가격 2006년 이후 최대 상승했는데 거래량은 9년 만에 최저 기록

9∼11월 거래량 금융위기 수준 급감…12월은 '역대 최저' 전망

대출규제-집값 고점 인식-대선 겹쳐 거래가뭄…집값 하락 신호탄될까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절벽'이 심화되면서 연간 거래량이 집값이 급락했던 2012년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실거래 자료가 공개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두 번째로 적은 것으로, 특히 최근 4개월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에 버금가는 극심한 거래 침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연합뉴스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공개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간 거래 신고건수는 총 4만1천713건(1일까지 접수된 통계)으로, 2012년(4만1천79건)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직전 2020년 거래량(8만1천189건)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12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다 참여정부가 만든 각종 규제 정책이 작동하고, '반값 아파트'로 불린 보금자리주택 공급까지 확대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폭(-6.65%,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하락한 시기다. 이로 인해 당시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2006년 관련 통계를 공개한 이후 가장 적었다.

특이한 것은 2012년과 달리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11월까지 7.76%나 뛰며 2006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거래량은 역대 두 번째로 감소한 '불황형 집값 상승'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9월부터 12월까지 거래량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2천706건으로 전월(4천217건)의 64% 수준으로 줄어든 뒤 10월 2천174건, 11월 1천354건으로 계속 감소했다.

이는 2008년(9월 1천849건, 10월 1천519건, 11월 1천163건) 이후 각각 13년 만에 최저치다.





특히 작년 12월 거래량은 이달 1일까지 신고된 건수를 기준으로 567건에 그쳐 2008년 12월(1천523건)을 밑도는 역대 최저를 기록할 전망이다.

12월 거래는 이달 말까지 거래신고 기간이 남아 있지만 최근 침체된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런 흐름이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별로는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의 거래량 감소가 심각했다.

도봉구의 지난해 거래량이 1천819건으로 2020년(4천374건) 대비 무려 58.4%가 급감했고 강북구도 2020년 2천112건에서 지난해 898건으로 57.5%나 줄어들었다. 2020년 거래량이 8천724건에 달했던 노원구는 지난해 거래량이 3천834건으로 56% 감소했다.

송파구(-54.8%), 강동구(-53.2%), 강서구(-51.1%), 은평구(-51.4%) 등도 거래량이 작년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최근 극심한 거래 침체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부채관리 방안에 따른 '돈줄 옥죄기'와 금리 인상, 올해 집값이 단기 급등한 데 따른 고점 인식 등이 합쳐진 결과다.

여기에 3월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앞다퉈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관련 규제 완화 공약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유예가 시행된 후 팔려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수자는 양도세 중과 회피 매물이 늘어 집값이 하락한 뒤 사려고 관망하면서 거래 공백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작년 여름까지는 매물 감소 속에 신고가를 경신하는 거래가 많았다면 최근 들어서는 직전 거래가보다 수천만원씩 내린 하락 거래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시적 2주택자나 개인 사정으로 당장 집을 팔아야 하는 수요자들이 내놓는 급매물을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집값 관련 통계를 봐도 하락 지표들이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값 하락 지역이 2주 전 은평구 한 곳에서 지난주엔 은평·강북·도봉구 등 3곳으로 증가했다.

도봉구 도봉동 서원아파트 전용 40㎡는 지난달 3일 직전 11월의 거래가(4억3천만원)보다 3천만원 낮은 4억원에 계약이 이뤄졌고, 쌍문동 한양2차 전용 84.9㎡는 지난해 11월 말에 직전 거래가(9월 7억원)보다 1천500만원 떨어진 6억8천500만원에 팔렸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지난주 93.5를 기록하며 2019년 9월 16일(93.0)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3월 대선이 올해 집값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당장 이달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 이상이면 차주 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됨에 따라 거래 부진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해 서울 아파트값도 조만간 하락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정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등이 시행될 경우 절세 매물이 증가하면서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도미노 인상이 이뤄지면 '영끌족' 등의 대출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라며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 전셋값 불안, 재개발·재건축 사업 활성화 등 집값 상승 변수들이 있지만, 하락 요인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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