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뽑자 #부동산] '감면에 유예' 취득·보유·양도 전과정 세금완화 경쟁
중장기 기조는 정반대…이재명 '토지이익배당', 윤석열 '완화적 정상화'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부동산 취득·보유·양도 전(全) 과정의 세금을 완화하는 방안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금 정책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두 후보의 공약 내용은 일견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 기조는 서로 다르다.
이 후보는 급등한 세금을 한시적으로 줄여주되 장기적으로는 토지이익배당금제(국토보유세)를 도입해 보유세를 강화하려는 구상이고, 윤 후보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통합하는 등 전반적 세금 제도를 완화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 이재명·윤석열 모두 '취득세·보유세·양도세 완화' 공약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최근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을 깎아주거나 미뤄주는 공약을 연이어 발표했다.
취득세와 관련해 이 후보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50% 감면 기준을 수도권은 현행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지방은 현행 3억원에서 5억원으로 각각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취득세 최고세율 3% 부과 기준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는 취득세를 아예 면제하거나 1%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현재 1∼3%인 1주택자 취득세율도 단일화하겠다고 밝혔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취득세 누진세율은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100만명 넘는 역대 최다 인원에 고지서가 날아간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1주택 장기보유자 등의 세금 납부를 미뤄주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 이 후보는 종중 주택 등 비투기주택 중과세 제외, 상속에 따른 다주택자의 일시적 1주택 간주 등 보완 방안을 추가로 내놨다.
윤 후보는 1주택자 세율을 현 정부 이전 수준으로 인하하고 차등 과세 기준을 보유주택 호수에서 가액으로 전환하는 등 세금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겠다고 했다.
지난해보다 올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종부세 부담 완화를 위해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하하거나 95%로 동결하는 방안, 세 부담 상한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공통으로 제시했다.
종부세 증가의 핵심 원인인 공시가격에 대해 이 후보와 민주당은 지난해 공시가를 올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고, 윤 후보는 공시가를 2020년 수준으로 돌려놓겠다고 공언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앞다퉈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중과 유예를 반대하자 이 후보는 대선 후 3월부터 일정 기간 중과를 유예하되 유예기간 첫 4개월 안에 매도하면 중과분 전액을, 다음 3개월 안에 매도하면 절반을, 그 이후 3개월 안에 매도하면 25%를 각각 면제하는 방안을 내놨다.
윤 후보는 다주택자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배제하겠다는 방침이다.
◇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중장기적 기조는 이 '강화', 윤 '완화'
두 후보의 부동산 세금 공약은 얼핏 보기에 전체적으로 유사하고 각론에서만 일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을 보면 두 후보의 기조는 완전히 다르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22일 SBS에 출연해 "저는 종부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융통성을 발휘한 거라 봐달라. 기본적인 제도의 취지나 이런 것에 대해서 제가 입장을 바꾸거나 그런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갑자기 오른 집값으로 급격히 증가한 보유세, 1주택 실수요자의 부담 등은 일단 덜어주되 '거래세 완화·보유세 강화' 기조 아래 현재 종부세 등 정책의 큰 틀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이 후보의 공약은 대부분 세금을 유예하거나 한시적으로 낮춰주는 방안, 실수요자에 대해 거래세를 줄여주는 방안 등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으며 다주택자 중과 유예도 세금 완화보다는 '공급 유도'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상태다.
더 나아가 이 후보가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려는 토지이익배당금제는 부동산 실효세율을 높이고 불로소득을 환수해 전 국민에게 돌려주는 내용으로, 지금보다 보유세를 크게 강화하는 정책이다.
반면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23일 페이스북에 부동산 세제 공약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주거 생활 안정을 위해서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적 부동산 세제부터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현행 세제가 잘못 설계돼있다는 전제 아래 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세제를 '완화적 정상화'해야 한다는 게 윤 후보의 구상이다.
윤 후보의 공약 중에는 1주택자 세율 인하, 차등 과세 기준 가액 전환 등 현행 세제의 틀 자체를 바꾸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윤 후보는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는데, 이는 종부세와 재산세를 각각 부과하는 것이 '이중과세'여서 과중하다는 판단과 보유세를 큰 폭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두 후보가 국민들이 관심을 보이는 첨예한 이슈에 대해 비슷한 방향으로 공약을 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부동산 세제에 대한 접근 방법 자체는 '강화'와 '완화'로 판이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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