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로 반전 성공한 대형항공사…최악의 한해 보낸 LCC
작년 국내선 회복에도 국제선 여객 97% 감소…화물운임은 상승세
LCC, 정부 지원·유상증자·영구채 발행으로 자본 확충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여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대한항공[003490]은 역대 최대 화물 실적을 올리며 줄어든 여객 매출을 상쇄했지만, 화물기가 없는 LCC들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경영난에 빠졌다.
2일 국토교통부 항공 포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국적항공사의 항공 여객 수는 총 3천511만명(12월은 잠정 통계)으로 집계됐다.
2020년(3천495만2천명)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9천424만5천명)과 비교하면 62%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LCC가 국내선 운항을 확대하면서 국내선 여객 수는 2019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코로나19로 운항이 중단된 국제선의 여객 수는 2019년 6천85만8천명에서 작년 174만7천명으로 97%가량 줄었다.
◇ 대형항공사 화물로 '훨훨'…대한항공 영업익 1조원 돌파할 듯
항공 여객 감소에도 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지난해 3분기까지 흑자를 냈다.
대한항공은 화물 운임 상승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6년 이후 5년 만에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의 별도 기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천599억원이다. 대신증권[003540]은 대한항공의 4분기 영업이익이 6천6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4분기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반도체와 휴대폰 등 수출 호조로 화물 호황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3분기 별도 기준 2천4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분기 역대 최대 화물 실적을 올리며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해상 화물운임 인상으로 항공 화물 수요가 늘어나고, 항공 화물 수요 증가에 항공 운임이 상승하면서 두 항공사의 화물 매출이 큰 폭으로 신장된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 화물 운임은 여객기 운항 감소에 따른 여객기 '벨리'(여객기 하부 화물칸) 운송 공급 부족 영향으로 상승했다.
항공 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의 작년 11월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1㎏당 11.54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화물 운임 강세가 이어지면서 대한항공은 올해에도 작년과 비슷한 1조2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 LCC 자본 확충으로 버텨…올해 국제선 회복 기대
LCC는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를 이어가며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제선 운항 중단에 국내선 운항을 확대했지만, 여전히 빚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LCC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제주항공[089590] 2천498억원, 진에어[272450] 1천538억원, 티웨이항공[091810] 1천192억원이다. 4분기에도 수백억원의 영업손실이 예고돼 LCC의 작년 실적은 역대 최악이 될 전망이다.
LCC들은 정부 지원, 유상증자, 영구채 발행 등 자본 확충을 통해 간신히 재무적 위기를 넘겼다.
제주항공은 2020년 정부로부터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등 1천900억원 가량을 지원받은 데 이어 올해도 기안기금 1천50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기안기금의 지원 규모는 운영자금 대출 1천200억원과 영구 전환사채(CB) 인수 300억원으로 구성된다.
제주항공은 2020년 8월과 지난해 11월 각각 1천506억원, 2천6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진에어는 작년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1천238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750억원가량의 영구채도 발행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298690]도 지난해 각각 800억원, 2천27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LCC들은 국제선 운항 재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조기 재개가 힘든 상황이며, 따라서 당분간 실적을 개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말 LCC들이 괌·사이판·동남아 등 휴양지를 중심으로 국제선 운항을 재개했지만, 오미크론 영향으로 운항이 다시 줄어드는 추세다.
티웨이항공은 주 2회 일정으로 운항한 인천~사이판 노선을 이달 7일 마지막으로 운항하고, 운항을 일시 중단한다. 제주항공은 주 4회 운항하려던 인천~괌 노선을 주 2회 운항으로 감편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부터 국제선 여객 시장이 회복하면서 LCC들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글로벌 항공 여객 수가 2019년의 88%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제주항공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 149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될 것으로 예측했다. 티웨이항공도 올해 2분기부터 대형기를 도입해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면서 매출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LCC 업계 관계자는 "2년을 외부 자금 수혈로 버텼지만, 시장 회복이 없다면 더는 버티기 어렵다"며 "올해는 추가 유상증자 없이 실적을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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