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강제 결혼 금지했지만…경제난에 '매매혼' 성행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경제가 붕괴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나머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부모가 어린 딸을 돈 받고 결혼시키는 '매매혼'이 성행하고 있다.
1일 톨로뉴스와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이 작년 8월 15일 재집권한 뒤 아프간의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매매혼이 급증했고, 대다수 여성은 일자리에서 쫓겨나 집에만 머무르게 됐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지난 11월 성명에서 "지참금을 받고 생후 20일 된 여아까지 매매혼 대상으로 삼았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극도로 끔찍한 경제난이 아프간 소녀들을 아주 어린 나이에 결혼하도록 내몰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아프간의 여아 강제 결혼에 대한 국제아동단체와 인권단체 등의 비판이 잇따르자 탈레반 최고 지도자 아쿤드자다는 지난달 3일 "여성은 소유물이 아니다"라며 매매혼 등 강제 결혼 금지령을 발령했다.
하지만, 당장 굶어 죽을 상황에 처한 부모, 특히 아버지가 딸을 팔아넘기는 사례들이 파악됐다.
아프간 여성 아지즈 굴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남편이 내게 알리지 않고 열 살 된 딸 칸디를 돈을 받고 결혼시키기로 했다"며 "딸을 구하지 못하면 차라리 죽겠다는 결심으로 덤볐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은 "모두 굶을 상황이라 나머지를 구하기 위해 한 명을 희생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굴은 자신도 열다섯 살 때 남편에게 시집와 고통을 겪었다며 오빠와 마을 원로들의 도움을 받아 남편이 받은 10만 아프가니(115만원)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딸의 결혼계약을 무효로 만들었다.
남편은 비난받을 것을 두려워해 집을 나갔고, 굴은 어디선가 돈을 구해야 한다.
굴은 "정말 절망스럽다. 내가 갚을 돈을 구하지 못하고, 딸을 보내야 한다면 생각도 하기 싫다"며 "첫째 아이는 열두 살이고, 여섯 번째 막내는 이제 생후 2개월이라서 이 아이들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아프간 서부에 사는 또 다른 가족도 절망스러운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미드 압둘라는 다섯 번째 임신 중인 아내가 만성질환을 앓아 치료비가 필요하고, 식량 살 돈이 없어 어린 딸들을 결혼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일곱 살인 첫 딸을 이미 3년 전에 키워서 결혼시키기로 하고 계약금을 받아 썼고, 여섯 살인 둘째 딸의 혼처를 찾고 있다.
가난한 가족은 주로 딸을 결혼시켜 돈을 마련하지만, 아들을 내다 파는 경우도 있다.
아프간 어린이들은 매매혼뿐만 아니라 영양실조, 홍역, 소아마비 등 각종 질병에 고통받고 있다.
유니세프는 아프간 전역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이 1천만명에 달하며 이중 100만명은 심각한 영양실조로 인해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성명을 작년 8월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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