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키스 제지한 멕시코 놀이공원, 성난 '키스 시위'에 항복

입력 2022-01-01 03:27
동성 키스 제지한 멕시코 놀이공원, 성난 '키스 시위'에 항복

식스 플래그스, 성소수자 차별 비판에 '애정행위' 금지 규정 없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키스하던 동성 커플을 끌어내려 한 멕시코 놀이공원이 성 소수자들의 거센 비판과 '키스 시위'가 이어지자 결국 공원 내 애정 행위 금지 규정을 없앴다.

31일(현지시간) 밀레니오 등 멕시코 언론에 따르면 수도 멕시코시티에 있는 놀이공원 식스 플래그스에선 지난 29일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던 동성 커플이 키스를 했다는 이유로 줄 밖으로 쫓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목격자들의 글과 영상에는 놀이공원 관계자가 이들에게 '가족적인 환경'을 위해 애정 행위가 금지돼 있다며,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아예 공원에서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 목격자는 트위터에 "같은 장소에서 최소한 10쌍의 (이성) 커플이 키스를 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지적이나 위협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성 소수자 차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성 소수자 단체들은 30일 오후 공원 앞에서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키스 마라톤' 시위를 벌였다.

시위 후 식스 플래그스는 성명을 내고 "과도한 애정 행위의 자제를 요구하는 규정은 인종, 종교, 성별,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며 "그러나 방문객들의 의견에 따라 이 규정이 필요 없다고 결정했고 없애기로 했다"고 전했다.

공원 측은 몇 시간 후 추가 성명을 통해 29일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차별과 증오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멕시코시티의 차별방지·철폐위원회는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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