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모친 주무신다'…영 공군, 28년 전 비행제한구역 만들어
1993년 국방부 문건 공개…"모후 공식 민원에 국방부 즉각 조치"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영국 공군이 엘리자베스 모후의 낮잠을 방해하지 않으려 그가 즐겨찾던 휴양지에 일시적인 비행 제한 구역을 마련했던 사실이 28년 만에 드러났다.
엘리자베스 모후는 현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어머니로, 2002년 10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993년 작성된 국방부 문건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여왕 모후는 메이 성에 방문할 때마다 저공으로 비행하는 제트기 탓에 낮잠을 잘 수 없다며 1993년 영국 공군에 공식 민원을 제기했다.
메이 성은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주 최북단에 있는 성이다.
엘리자베스 모후는 이 지역을 우연히 방문했다가 인근 숲이 마음에 든다며 1952년 땅을 사들여 휴가지로 사용했다.
이에 당시 영국 공군 중앙 비행학교의 담당자는 하부에 "국방부에 연락해 해당 지역에서 낮 동안 발생하는 제트기 소음 문제를 논의해보라"고 지시했다.
그해 8월 12일 국방부 장관실이 작성한 문건에는 국방부가 모후의 평안을 위해 즉각적 조처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방부의 담당자는 서신에서 "어제 통화 중 모후가 메이 성에 있을 때 주변에서 저공비행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 관련해 조치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썼다.
이어 "모후가 떠나는 8월 27일까지 저공비행 폭을 2해리(약 3.7㎞), 높이를 수천 피트 확대해 메이 성을 특별히 보호할 것"이라면서 "모후는 대게 8월에 메이 성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앞으로 모후가 올 때마다 유사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건에서 JJD 콕스 중령은 "공군이 메이 성 주변에 특별 보호 구역을 지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모후 측 인사인 랠프 앤스트루더 소령은 "영 공군에 대한 모후 전하의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답신했다.
이 외에도 엘리자베스 모후가 메이 성과 관련해 정부에 협조를 구한 적이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1956년 모후는 왕실 관리에게 2차 대전 이후 인프라 재건을 담당한 정부 부처에 성의 누수를 손봐달라고 연락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48시간 내 당국 고위 관리가 전문가들을 이끌고 현장에 도착해 긴급 조사와 보수작업을 벌였다.
모후 타계 후 대중에 문을 연 메이 성은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pual0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