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연예인 화장품회사 '불법 다단계' 조사
양안갈등 심화 속 배경 주목…중국 "상업적 문제일 뿐"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대만 출신 연예인이 중국에서 오랫동안 운영한 화장품 회사가 불법 다단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30일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스자좡(石家莊)시 시장감독관리국은 대중의 신고에 따라 지난 6월부터 대만 출신 연예인인 린루이양(林瑞陽)·장팅(張亭) 부부가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인 상하이다얼웨이(上海達爾威)에 대해 불법 다단계 혐의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TST'로 잘 알려진 화장품 브랜드 사업을 하는 곳이다.
스자좡시 시장감독관리국은 상하이다얼웨이가 자금을 은닉한 혐의가 있다면서 회사 자금 6억 위안(약 1천115억원)을 동결했다.
당국의 조사 소식이 전해진 뒤 린루이양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상하이다얼웨이는 합법적 회사로서 출범 이래로 정부의 지도하에 합법적으로 경영하고 세금을 납부해왔다"며 "향후 관계 당국의 업무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중국에서 배우로 활동해온 린루이양과 장팅 부부는 지난 1996년 중국에서 TST 브랜드 화장품을 제조·판매하는 상하이다얼웨이를 세웠다.
대만의 최고 모델 겸 여배우인 린즈링(林志玲)을 모델로 쓰기도 한 이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 대신 방문 판매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오랫동안 실질적으로 다단계 판매 모델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메신저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이 보편화된 이후 TST 화장품은 위챗상의 인맥을 기반으로 장사를 하는 상인을 뜻하는 '웨이상'(微商)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상하이다얼웨이는 지난 2017∼2018년 상하이시 칭푸(靑浦)구 납세 1위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18년에만 21억 위안(약 3천900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교롭게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이 잇따라 단속 대상이 되는 상황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대만의 위안둥(遠東)그룹의 중국 내 사업장을 대상으로 환경 보호, 토지 사용, 직원 건강, 생산 안전, 소방, 세무, 제품 품질 등 분야에 걸친 조사를 벌여 4억7천400만 위안(약 880억원)의 벌금과 세금 추징 조처를 내린 적이 있다.
다만 위안둥 그룹 당시 '표적 단속' 의도를 숨기지 않던 중국 당국은 이번 조사는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샤오광(馬曉光)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는 완전히 상업적 문제로 양안 관계와는 무관하다"며 "대륙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누구나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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