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서방 연대' 푸틴-루카셴코 회담…"내년 초 연합훈련하기로"
우크라 이웃 벨라루스서 훈련할 듯…서방 제재 맞서 협력 강화 다짐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서방의 압박과 제재에 맞서 단합을 강화하고 있는 옛 소련국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열고 군사·경제 등 다방면에 걸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콘스탄티노프 궁전에서 약 3시간 동안 회담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같은 곳에서 열린 옛 소련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연례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러시아에 와 이날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연합훈련 지속 실시 등 군사 분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신이 제안한 대로 우리는 내년 초에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이라면서 "양국 국방부가 결정하는 대로 2월이나 3월에 훈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합 군사훈련을 멈추지 말고 벨라루스 군인들이 새로 도입한 러시아제 무기 운용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을 계속해 달라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요청에 이렇게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훈련 과정을 멈춰서는 안된다"면서 벨라루스 영토에서 훈련을 하자는 자신의 제안을 루카셴코 대통령이 수용할 것을 요청했다.
양국의 연합훈련 계획은 러시아가 내년 초 벨라루스에 이웃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서방 진영에서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공개됐다.
이날 회담에선 러-벨라루스 '연합국가'(Union State) 창설 추진 상황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연합국가 발전을 위한 28개 프로그램이 채택됐다"면서 "(국가)통합 분야에서 긍정적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옛 소련권 국가 모임인 CIS에 함께 속해있는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999년 별도의 연합국가 창설 조약을 체결하고 국가통합을 추진해 오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서방이 벨라루스에 가한 제재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제공한 지원에 각별한 사의를 표했다.
그는 "(서방이) 계속해 우리의 목을 조르고 있다. 이미 5차 제재를 가했고 6차 제재에 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제재는 어리석고 누구에게도 필요 없는 것"이라고 서방을 비난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또 전날 열린 CIS 연례 비공식 정상회의 결과를 높게 평가하면서 "우리는 옛 소련 국가 지도자들이 주변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음을 확인했으며, 러시아의 도움으로 국제정치의 모든 교활한 조합들을 파악하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과 EU는 그동안 루카셴코 정권의 부패와 인권유린, 선거 부정, 유럽으로의 비정상적인 이민 조장 등을 응징하기 위해 벨라루스에 여러 차례 제재를 가해 왔다.
이러한 서방 제재에 맞서 벨라루스는 역시 서방과 냉전 수준의 갈등을 겪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한층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루카셴코 정권의 대선 부정 의혹으로 서방의 벨라루스에 대한 비난과 압박이 고조된 이후 루카셴코 대통령은 수시로 푸틴 대통령을 찾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대서방 대결 전선의 '전초병' 역할을 하는 벨라루스에 외교·경제·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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