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 8년8개월 만에 가장 나빠져…수입가격 급등 영향(종합)

입력 2021-12-29 15:39
교역조건, 8년8개월 만에 가장 나빠져…수입가격 급등 영향(종합)

수입·수출금액지수 역대 최고…1년전보다 42.8%·27.1%↑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최근 천연가스 가격 등이 크게 오른 영향으로 지난달 우리나라 수입금액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 공산품이 수출 호조를 보인 덕에 수출금액지수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수출가격보다 수입가격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지속하면서 지난달 우리나라 교역조건은 8년여 만에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1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기준·잠정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금액지수(2015년 100기준)는 159.29로, 1년 전보다 42.8% 올랐다. 1988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고 기록이다.

작년 12월(2.9%) 이후 12개월 연속 상승으로, 오름폭이 지난달(39.0%)보다 커졌다.

수입물량지수(126.54)도 7.0% 올라, 15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수출입금액지수는 비교 시점의 통관 수출입금액(달러 기준)을 기준시점(2015년) 수출입금액으로 나눈 지표이며, 수출입물량지수는 이렇게 산출된 수출입금액지수를 수출입물가지수로 나눈 것이다. 다만 가격 조사가 어려운 선박·무기류·항공기·예술품 등은 물가지수에서 제외된다.



수입금액지수의 상승률을 품목별로 보면 공산품 중 석탄·석유제품이 1년 전보다 169.0%, 1차 금속제품이 56.2% 올랐다. 광산품은 110.3%, 농림수산품은 45.2% 상승했다.

수입물량지수 기준으로 봐도 석탄·석유제품 상승률이 40.9%로 가장 높았고, 전기장비(31.1%), 섬유·가죽제품(29.7%), 컴퓨터·전자·광학기기(19.8%) 등 공산품이 그 뒤를 이었다.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 최진만 팀장은 "천연가스 수입 가격이 1년 전보다 80% 가까이 상승하면서 광산품 부문 수입금액 규모가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11월 수출금액지수도 27.1% 오르며 140.66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지수는 지난달부터 오름세로 전환했다.

수출물량지수(126.58)는 5.9% 올라 지난해 12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26.96)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최 팀장은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였고 화학제품 부문에서도 증가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품목별로 수출금액은 석탄·석유제품(121.7%), 제1차 금속제품(39.9%), 화학제품(31.1%) 등 부문에서 1년 전보다 늘었다.

수출물량지수 기준으로 보면 제1차 금속제품(-10.0%)이 9월(-16.7%)과 10월(-10.2%)에 이어 3개월 연속 부진했고, 컴퓨터·전자·광학기기(22.0%), 석탄·석유제품(18.5%) 등은 호조를 보였다.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8.27을 기록, 작년 11월보다 10.1% 떨어지며 2013년 3월 이후 8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입 가격(33.4%)이 수출가격(20.0%)보다 더 크게 오른 영향이다.

이 지수의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로, 우리나라가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수출물량지수가 올랐음에도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떨어지며 1년 전보다 4.8% 하락했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우리나라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전체 상품의 양을 나타낸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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