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대란'때 공공와이파이 개방…타사 통신망 활용도 가능(종합)
전국 네트워크 오류 막도록 코어망 계층화·가입자망 라우팅 분리 추진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정부가 10월 25일 전국에서 발생한 KT[030200] 인터넷 장애와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해 공공 와이파이 활성화 등 대비책을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9일 이런 내용의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주요 통신사와 유관기관 관계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네트워크 안정성 대책 TF(태스크포스)'가 8회에 걸쳐 회의와 의견 수렴을 한 끝에 마련된 것이다.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은 ▲ 통신재난 예방·대응 강화 ▲ 재난 발생 시 네트워크 생존성 확보 역량 강화 ▲ 재난 발생 이후 네트워크 장애 복원력 제고 ▲ 네트워크 안정성 제고 제도 개선 등 4대 과제로 이뤄졌다.
정부는 통신재난 위기경보 '경계'가 발령되면 공공와이파이를 개방하고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통합 식별자(Public Wifi Emergency·퍼블릭 와이파이 이머전시)를 송출할 계획이다.
공공와이파이와 통신3사의 상용 와이파이는 모두 합하면 기지국 수가 약 34만개에 달한다. 위기 경보 재난문자를 보낼 경우 이 와이파이를 사용하면 기본적인 통신은 가능해진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 같은 식별 체계를 갖춰 시범운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재난로밍 규모도 현 200만건 수준에서 300만건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재난로밍 서비스는 특정 통신사의 기지국이 화재나 지진 등으로 손상될 경우 다른 통신사의 망을 활용해 통화나 문자를 제공토록 하는 것이다.
전국적 유선망 장애가 발생할 경우 무선망 이용자가 타사의 유선망을 경유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통신사 간 상호백업체계도 확대한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신사 간 백업체계를 두고 "어느 한 사업자의 코어에 완전히 문제가 발생해서 인터넷 연결을 할 수 없을 때 이용자의 트래픽을 타 통신사로 전부 넘겨 접속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라며 "현재 통신사 간 회선을 연동하기 위한 연동 용량 증설을 협의하고 있으며, 용량 증설을 통해 트래픽을 분산해 수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내년 상반기 중 용량을 증설한 뒤 내년 내에 용량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소상공인이 유선 인터넷 장애 발생 시 휴대전화 테더링(이동통신망 인터넷을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등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활성화해 POS(판매정보시스템)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개발된다.
과기정통부는 통신 사업자들과 협의해 이 기능을 개발할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기술 검토 후 해당 기능 개발에 돌입했고, SK브로드밴드는 현재 이를 검토 중이다. 정부는 개발 완료까지 6∼7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코어망 일부 장비에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이 오류가 전체 장비로 퍼지지 않도록 코어망 계층간 오류확산 안전장치도 마련한다.
대용량 네트워크 경로정보에 교환 허용 네트워크 주소 등을 사전에 지정해 선택적으로 라우팅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유무선 접속경로 이중화도 추진해 유선망 장애 발생 시 무선망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 접속경로를 확보한다.
이 밖에 정부는 네트워크 장애 발생 시 문자메시지(SMS) 또는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장애를 알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기간통신사업자가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전 기술적·관리적 조처를 하고, 네트워크 안정성 조치현황 연차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근거도 마련한다.
이날 브리핑에서 '백업망 개발 또는 장비 구축 등을 원인으로 향후 소비자 통신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홍 정책관은 "이 같은 조처는 통신사가 네트워크 신뢰성·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 의무"라며 "통신사 투자가 늘어날 수 있지만, 이용자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업체계 구축 또는 구조 개선 등은 통신 사업자들이 안전한 네트워크를 구현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필요한 부분에는 사업자의 투자가 늘어야 한다'는 것은 정부와 통신사업자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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