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기자협회장 등 민주매체 전현직 간부 10명 체포·연행(종합)

입력 2021-12-29 14:58
홍콩기자협회장 등 민주매체 전현직 간부 10명 체포·연행(종합)

선동적인 출판물 출간 모의 혐의…빈과일보 간부 이은 언론인 체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경찰이 29일 홍콩기자협회장을 포함해 민주진영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立場新聞)의 전현직 간부 10명을 체포·연행했다.

홍콩 경찰 내 홍콩국가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이날 선동적인 출판물 출간을 모의한 혐의로 한 온라인 매체 전현직 간부 6명을 체포했으며 이들의 자택과 입장신문 사무실을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수색을 위해 200여명의 경찰을 투입했으며,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전했다.

홍콩 공영방송 RTHK 등에 따르면 체포된 6명은 입장신문의 전 편집국장 청푸이쿤과 현 편집국장 대행 패트릭 람을 비롯해, 지난달 입장신문 이사회에서 나란히 사임한 마거릿 응 전 입법회 의원과 가수 데니스 호, 초우탓치, 크리스틴 팡 등 4명의 전직 이사이다.

이중 청푸이쿤 전 편집국장은 지난달 가정사를 이유로 사임했는데, 그의 부인은 지난 7월 구속기소된 찬푸이만 전 빈과일보 부사장이다.

청 전 편집국장은 자신이 계속 편집장을 맡을 경우 본인도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부인의 옥바라지를 위해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한 홍콩기자협회장이자 입장신문의 인터뷰 부국장인 론슨 챈을 비롯한 최소 4명의 입장신문 직원을 조사를 위해 연행했다고 홍콩프리프레스(HKFP)가 보도했다.

앞서 입장신문은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들이 이날 오전 6시께 챈 기자협회장의 집에 도착해 영장을 제시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챈 회장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챈 회장을 관련 조사를 위한 연행 형식으로 데리고 갔으며 오전 11시30분께 풀어줬다.

챈 회장은 경찰서 앞에서 취재진에게 경찰이 자신의 전자기기와 프레스카드, 은행카드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어떤 범죄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달 초 크리스 탕 홍콩보안장관은 "입장신문이 홍콩 스마트교도소 계획을 중상모략했다"며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법을 위반하는 누구에 대해서도 당국은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입장신문은 해당 보도가 진실에 입각했고, 언론의 책임은 권력을 감시하고 이견을 반영하며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 이후 그해 12월에 창간한 입장신문은 민주진영 온라인 매체로 인기를 누려왔다. 특히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적극적인 온라인 생중계로 경찰의 시위대 탄압을 전달해 관심을 끌었다.

올해 들어서는 7·21 백색테러를 파헤치는 탐사보도를 했다.

7·21 백색테러는 2019년 7월 21일 밤 홍콩 위엔룽 전철역에 100여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이 쇠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 최소 45명을 다치게 한 사건을 말한다.

삼합회로 추정되는 폭력조직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시위 현장을 생중계하던 입장신문 기자도 공격을 받았다.

입장신문은 지난 10월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의 탈세와 부패 실태를 폭로한 문건인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판도라 페이퍼스'에 참여한 홍콩 유일의 언론사이기도 하다. 페이스북 팔로워는 172만여명이다.

그러나 입장신문은 지난 6월 홍콩 유일의 반중 일간지 빈과일보가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으며 폐간되자 사흘 후 "홍콩에 '문자의 옥'(文字獄)이 왔다"며 모든 칼럼을 내리고 후원금 모집도 중단했다.

당국의 단속에 대비해 선제적인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당시 입장신문은 "홍콩에 문자의 옥이 왔기 때문에 모든 후원자와 저자, 편집자 등을 보호하고 모든 부분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5가지 공지사항을 발표한다"고 고지했다.

그러면서 올해 5월 이전에 게재한 칼럼과 블로그 게시물, 독자 기고 등 모든 논평을 내리고 집필자들과 위험성에 대해 논의한 후 재게재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자사가 자산압류 등 위험에 처할 경우 독자와 후원자들의 돈이 낭비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로 후원금 모집을 중단하고 신규 구독 신청도 받지 않겠다고 안내했다.

'문자의 옥'은 과거 중국에서 문서에 적힌 내용이 황제나 체제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필자를 처벌한 숙청 방식으로, 지식인에 대한 탄압을 뜻한다.







앞서 홍콩 경찰은 빈과일보에 2019년부터 실린 30여편의 글이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며 빈과일보 간부와 주필들을 외세와 결탁 혐의로 체포했다. 또 빈과일보 자산 1천800만 홍콩달러(약 26억원)를 동결했다.

빈과일보는 직원 임금 지급 등 운영자금이 없어 결국 6월 24일 폐간했다.

한편, 홍콩 검찰은 전날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 등 이미 다른 혐의로 기소된 전 빈과일보 간부 7명을 '선동적인 출판물을 출판, 인쇄, 판매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된 라이는 불법집회 관련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선동죄는 홍콩국가보안법상의 죄목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홍콩법원은 선동죄가 포함된 형사조례를 포함해 이전까지 거의 적용하지 않았던 식민지 시대의 법을 다시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선동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홍콩달러(약 76만원)의 벌금에 처할 있다.

홍콩기자협회(HKJA)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1년간 많은 언론인이 체포되고 경찰이 방대한 취재자료를 보유한 언론사 사무실을 수색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는 기본법(홍콩 미니헌법)에 입각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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