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도광산은 최소 1천140명 조선인 강제노역 확인된 현장
17세기 세계 최대 규모 금 광산…태평양전쟁 때 조선인 동원
니가카현 추천 자료에는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까지로 한정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문화청 문화심의회가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 후보로 선정함에 따라 2015년 일제 징용 현장인 군함도(일본명 하시마)가 포함된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 때와 마찬가지로 한일 간에 역사 갈등이 재차 불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 이외 한일 간 역사 갈등 현안에 추가된다는 뜻이다.
한일 관계가 역사 현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 시점에 갈등 현안이 새로 얹히는 모습이다.
◇ 17세기 금 광산, 태평양전쟁시대 구리 등 전쟁물자 광산
사도광산은 17세기 세계 최대 규모로 금이 산출되던 곳이었다.
그러나 사도 광산은 태평양전쟁 기간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활용됐고, 조선인 강제노역의 현장이기도 했다.
2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니가타(新潟)현 사도섬에 있는 사도광산에는 에도(江戶)시대 금 채취부터 정련까지 수작업으로 했던 유적이 남아 있다.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 일본 정부에 의해 사도광산의 기계화가 진행됐고, 1896년에는 민간에 매각됐다.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이 광산에 1천명이 훌쩍 넘는 조선인이 동원됐다. 광산의 운영이 최종 중단된 시점은 1989년이다.
이후 니가타현 등을 중심으로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고, 2006년 1월 니가타현과 사도시는 일본 문화청에 세계문화유산 추천을 제안했다.
2010년 11월 문화청 문화심의회는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 추천 잠정 목록에 포함했다.
니가타현과 사도시는 2015년 3월 세계문화유산 추천 자료를 문화청에 제출했다. 이로부터 4차례에 걸쳐 일본 후보 선정을 노렸으나 경쟁자에 밀려 탈락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도광산이 단독으로 일본 후보를 노리는 상황이라서 성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일찌감치 나왔다.
◇ 이번에도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로 국한할 듯
니가타현과 사도시는 2015년 3월 세계문화유산 추천 자료를 문화청에 제출할 당시, 대상 기간을 '센고쿠(戰國)시대(1467∼1590년) 말부터 에도시대(1603∼1867년)'로 한정했다.
아직 추천서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등재를 정식으로 신청하면 2015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군함도와 마찬가지로 일제시대는 대상 기간에 제외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군함도 등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할 때 조선인 강제 동원 문제를 피하기라도 하듯 대상 기간을 1850∼1910년으로 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회의회(ICOMOS·이코모스)가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는 해석 전략을 마련하고"고 권고했고 조선인 강제노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일환으로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개설해 작년 6월 일반에 공개했다는데 전시 시설에는 노동 강요가 없다는 등의 당시 관계자 증언이 소개돼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지난 7월 제44차 회의에서 산업유산정보센터와 관련해 전시에 동원된 한반도 출신자에 관한 설명이 부족하다면서 일본의 세계유산 관리 방식에 강력히 유감을 표명하면서 개선을 촉구하는 결정문을 채택했다.
◇ 일제 조선인 강제노역 최소 1천140명 확인 현장
일제는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조선인 노무자를 사도 광산에 대거 동원했다.
사도광산에서 강제노역한 조선인이 1천명 이상이고 이들이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본 공문서가 존재하는 것으로 최근 확인되기도 했다.
일본 니가타노동기준국이 작성한 공문서인 '귀국 조선인에 대한 미불임금채무 등에 관한 조사에 관해'를 연합뉴스가 확인해보니 1949년 2월 25일에 1천140명에 대한 미지급 임금으로 23만1천59엔59전이 공탁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채무자는 다이헤이(太平)광업주식회사 사도 광업소 측이고 공탁 기관은 니가타 사법사무국 아이카와(相川)출장소였다.
이 문서는 니가타노동기준국이 1950년 10월 31일 당시 노동성 노동기준국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며 일본 국립공문서관에 보관돼 있었다.
시민단체인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 사무국의 고바야시 히사토모(小林久公) 차장은 2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도광산은 태평양전쟁 이후에도 오랜 기간 운영한 금광이고 전쟁 중 조선인 강제 동원이 있었던 금광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확실히 확인해서 그런 내용까지 포함해 (유네스코에) 신청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NHK "추천 여부, 일본 내 종합적 검토"
문화청은 문화심의회의 추천 후보 선정에 대해 '선정은 추천 결정이 아니며, 앞으로 정부 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이례적인 단서를 달았다.
NHK는 이를 근거로 일본 정부가 실제 유네스코에 추천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교도통신도 문화청이 추천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과거 한반도 출신이 가혹한 노동에 종사했다는 반발이 한국 측의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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