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홍수 사망자 최소 48명…"지구 온난화 탓"
정부 늑장 대처로 비판받아…유엔 녹색기후기금 요청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서 이달 중순부터 홍수로 발생한 사망·실종자가 최소 53명으로 늘어났다.
지구 온난화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정부는 유엔 녹색기후기금(GCF)에 기후변화 대응자금 300만 달러(36억원) 지원을 요청했다
28일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8개주에 지난 17일부터 사흘 넘게 이어진 폭우·홍수로 전날까지 48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서부 말레이시아(말레이반도)에는 당시 한 달 치 강우량이 하루에 쏟아지면서 2014년 이후 최악의 홍수가 강타했다.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둘러싸고 있는 셀랑고르주에서 25명이 숨져 사망자가 가장 많았고, 파항주 20명, 클라탄주에서 3명이 각각 목숨을 잃었다.
7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가 현재는 2만5천명이 169개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 중이며, 홍수 수위가 낮아지는 곳부터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늑장 대응과 부실한 대피 경고에 이어 더딘 복구작업으로 연일 비판받고 있다.
셀랑고르주 주민 아스니야티 이스마일은 "정부에 진짜 화가 난다. 집 청소와 복구에 현금과 인력이 필요한 데 정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사방이 진흙과 쓰레기투성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재민 카르틱 라오는 "구조 작업도 느리더니, 복구 작업도 느리다. 일주일이 넘도록 쓰레기가 사방에 널려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이번 폭우를 몰고 왔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매년 5∼9월 남서부 몬순(계절풍)과 10∼3월 북동부 몬순 시기에 비가 집중된다.
예년 이 시기에는 주로 말레이시아 동부(보르네오섬)에 피해가 집중됐는데 올해는 서부(말레이반도)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 온도가 상승하면 더 많은 수분이 증발해 지역에 따라 예상을 뛰어넘는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
말레이시아 환경 당국은 지난주 유엔 녹색기후기금(GCF)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자금 300만 달러(36억원) 지원을 요청했다.
당국은 해당 자금을 지원받아 기후변화 대응 국가계획 강화부터 수해 방지 인프라 구축, 농업과 임업 계획, 식량안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지 정부는 이번 주에도 여러 지역에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두 번째 홍수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