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전쟁터 된 중동…美 발뺄 때, 치고 들어오는 中

입력 2021-12-28 11:02
'신냉전' 전쟁터 된 중동…美 발뺄 때, 치고 들어오는 中

"미-UAE 27조원 무기계약 불발, 중동서 미 패권 쇠퇴 단면"

"중, 경제적 '당근'으로 영향력 확대"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중동이 미·중 간 '신냉전'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이 중국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점차 줄이는 동안 중국이 중동 국가들의 '대안'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CNN은 최근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추진하던 230억 달러(약 27조원) 규모의 F-35 전투기 등 첨단 무기 거래 계약이 중단된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미국은 당시 전투기를 판매하면서 UAE가 통신 시설에서 중국의 화웨이사 제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화웨이사 제품이 미국 무기 체계에 안보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UAE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UAE는 미국 F-35 전투기를 도입하지 않고 화웨이, 즉 중국 측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비용 편익 분석 상 이득이 더 큰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고 한다.

CNN은 이런 결정에 대해 "UAE가 항상 중국보다 미국을 중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헤게모니(패권)가 서서히 종식을 맞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2010년대 이후 중동에 대한 외교적 비중을 서서히 줄이고, 중국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중동에서 갈등이 극심했던 때로, 시리아, 예멘, 리비아, 이라크 등 4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쟁이 진행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에서도 계속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CNN에 따르면 이 시기는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과 광범위한 경제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인권 논란이 늘 따라붙는 중국은 중동 국가들의 같은 문제에 대해 아예 언급을 피하는 전략을 활용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에서도 중동 국가를 핵심 파트너로 삼았다.

미국의 국제문제 분야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의 조너선 풀턴 수석 비상임 선임 연구원은 "지역 최강자가 떠나는 것처럼 보일 때,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이 딱 옆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중동에서 중국이 각종 경제적인 이점을 제공하며 영향력을 확대했지만 미국은 아무런 '당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미국과 UAE의 무기 거래 계약이 중단된 것도, 미국 측에서 화웨이와의 거래를 취소하라고 UAE를 압박하기만 했을 뿐 그만큼의 손실을 보충할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과거 레바논에서도 벌어졌다. 레바논의 경제가 곤두박질치던 2020년 미국은 레바논에 중국의 인프라 시설 투자를 받지 말라고 압박했다. 당시 하산 디아브 총리 정부는 이를 따랐다. 하지만 레바논에 대한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지원은 사실상 전무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당장은 중동 국가들이 오래된 동맹이자, 초강대국인 미국이 두려워 같은 편에 잠시 설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아무리 미국의 '몽둥이'가 두렵다 해도 중국의 '당근'을 받아먹을 수밖에 없다고 CNN은 전망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틴 히난 엘 카디 선임연구원은 "국제 정치에서 한 국가를 압박하려면, 그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도 있어야 하지만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며 "미국이 신냉전에서 승리하려면, 계획적으로 나서야 한다. 진짜 '현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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