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민들, 재일조선인 겨냥 증오범죄 근절 호소문 채택

입력 2021-12-26 21:38
일본시민들, 재일조선인 겨냥 증오범죄 근절 호소문 채택

"민족멸시에서 비롯…가장 무서운 건 일본사회의 무반응"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제 강점기에 비행장 건설에 동원됐던 조선인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일본 우토로 마을에서 지난 8월 방화 사건이 일어난 것과 관련해 일본 사회 일각의 반한(反韓) 움직임을 경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행사가 현지 시민단체 주최로 26일 열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시민들이 참여하는 '교토부(府)·교토시(市)의 유효한 헤이트 스피치 대책 추진 요구 모임'은 이날 교토시에서 우토로 마을 방화 사건과 관련한 집회를 열었다.

특정 집단을 겨냥한 차별·혐오 발언을 뜻하는 용어로 일본에서 정착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의 피해자는 주로 재일 조선인 후손들이다.

지난 8월 30일 교토부 우지(宇治)시 소재 우토로 마을의 빈집에도 누군가 불을 질러 빈집과 창고 등 건물 7채가 탔다.



이 불로 재일교포 등으로 구성된 '우토로민간기금재단'이 일제 강점기 재일조선인 역사를 보여줄 '우토로평화기념관' 전시를 위해 보관 중이던 세움 간판 등 자료 약 50점이 소실됐다.

우토로지구에 연면적 450㎡, 지상 3층 규모로 내년 4월 개관할 예정인 우토로평화기념관이 중요한 소장 자료를 잃은 것이다.

수사에 나선 교토부 경찰은 나라(奈良)현에 거주하는 아리모토 쇼고(有本匠吾·22)를 지난 6일 방화 용의자로 체포했다.

아리모토는 올 10월에도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 아이치(愛知)본부 건물 등에 불을 지른 혐의가 드러나 지난달 기소된 인물로 밝혔지만, 그가 무슨 이유로 우토로 마을에 방화했는지 아직 명확하게 알려진 게 없다.



이날 행사에 온라인으로 참여한 우토로 출신의 구양옥 변호사는 "가장 무서운 것은 (일본) 사회의 무반응"이라며 이번 방화가 특정 민족 멸시에서 비롯된 '증오범죄'(헤이트 크라임)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 몸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살아선 안 된다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증오범이 있지만 그것에 반대하는 파워(세력)도 있다는 사실을 일본 사회가 알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최자인 이타가키 류타(板垣龍太) 모임 공동대표는 "(방화) 용의자의 범행 동기를 확실하게 규명해 엄정하게 심판하는 것이 앞으로 (증오범죄를 막는)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이날 집회에 약 450명이 참가해 증오범죄의 근절을 호소하는 성명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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