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웃음 사라진 성탄"…남편 떠난 허전함 드러낸 영국 여왕

입력 2021-12-26 02:46
"익숙한 웃음 사라진 성탄"…남편 떠난 허전함 드러낸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여왕, 코로나19 대유행에 윈저성에서 성탄절 보내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엘리자베스 2세(95) 영국 여왕이 성탄절을 맞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공의 빈자리에서 느껴지는 허전함과 그리움을 털어놨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사전에 녹화해 25일(현지시간) 오후 공개한 크리스마스 영상 메시지에서 "익숙한 웃음이 하나 사라졌다"며 고인이 된 남편을 "나의 사랑하는 필립"이라고 부르며 추모했다고 AP,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1947년 필립공과의 신혼여행에서 착용했던 사파이어 브로치를 단 채 카메라 앞에 선 여왕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힘들 수 있다"며 "올해는 특히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마지막 순간 짓궂게 반짝이는 눈망울은 내가 그를 처음 봤을 때만큼 밝았다"며 "그의 봉사 정신, 지적 호기심, 어떤 상황에서도 재미를 짜내는 능력은 억누를 수 없었다"며 필립공을 추억했다.

그러면서 "나와 가족이 그를 그리워하는 만큼 그는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즐기길 바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코로나19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우리가 바라던 대로 축하할 수는 없겠지만 캐럴을 부르고, 트리를 장식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등 여전히 많은 전통을 즐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 두 번째 맞는 크리스마스를 윈저성에서 남편 없이 홀로 맞이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73년을 동고동락한 필립공은 지난 4월 99세를 일기로 영원히 잠들었다.

통상 영국 왕실은 샌드링엄 별장에 모여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왔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족 오찬을 취소하고 윈저성에 머물기로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첫째 아들인 찰스 왕세자와 아내 커밀라 파커 볼스가 윈저성을 방문할 예정이다.

건강상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고 며칠간 휴식을 취해야 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필립공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는 책상 앞에 앉아 영상을 촬영했다.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는 영국에서는 하루에 10만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영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천189만1천292명으로 전 세계에서 네번 째로, 누적 사망자는 14만7천857명으로 일곱번째로 많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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