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최태원 "공정위 제재 아쉽지만 반성할 부분도…대응할 것은 대응"

입력 2021-12-26 12:00
[일문일답] 최태원 "공정위 제재 아쉽지만 반성할 부분도…대응할 것은 대응"

상의회장 송년 인터뷰…"반기업 정서 극복하려면 소통 필요…인스타그램도"

"국내 기업 지배구조 서구와 비교는 중학생·대학생 싸움…더 나아질 것"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결정에 대해 "아쉽지만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진행한 송년 인터뷰에서 "저희로서는 아쉬운 결정이지만 욕심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필요한 조치나 상황들을 고민해 볼 때라고 생각한다"며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고쳐야 할 부분은 고치고, 대응할 부분은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2017년 SK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한 것이 SK㈜의 사업 기회를 가로챈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사업 기회를 제공한 SK㈜와 최 회장에게 과징금 8억원을 각각 부과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요지.



-- 공정위의 SK실트론 사건 제재에 대한 입장은.

▲ 이미 회사가 입장을 발표해 따로 입장을 말할 것은 없다. 아쉬운 결과이지만, 항상 욕심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필요한 조치와 상황들을 고민할 때다.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고쳐야 할 부분은 고치고, 대응해 나갈 부분은 대응하겠다.

-- 내년 국내 경제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나.

▲ 코로나19 상황이 3년째로 접어들면서 장기적인 영향이 나타날 시기라고 본다. 우리나라 방역체계가 앞으로도 잘 작동한다면 내년 경제전망은 나쁘지 않겠지만, 업종별 명암은 계속 대비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대면 서비스나 항공 등 업종은 어렵겠지만, 내년 경제 전반을 그렇게 나쁘게 보진 않는다.

-- 대선 국면이 진행 중인데 차기 정부에 기대하는 경제 정책은.

▲ 첫째로 미래성장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데이터 기반 산업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공공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로는 과거의 틀에 얽매인 포지티브 규제(지정된 행위만 허용하는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허용하는 규제) 형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셋째는 기업과 정부, 국회가 '원팀'으로 같은 목표를 지향할 수 있도록 민관합동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국가 방향을 세우길 기대한다.

--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국제적 기준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한 견해는.

▲ 지배구조 문제는 역사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서구 사회는 주식회사를 운영한 역사가 길다. 이들과 한국을 비교하는 것은 대학생과 중학생 간의 싸움을 비교하는 것이다. 또한 '좋은 지배구조'에 대한 답은 없고, 기업·산업별로 모두 다르다. 일례로 삼성은 총수가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고 어려운 고비를 넘었는데 그 체계가 없었다면 누가 리스크를 감당했겠나. 다만 기업들이 명분과 실질이 있는 형태로 지배구조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사회적 압력도 있어 기업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



-- 기업 내 MZ세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MZ세대와의 노사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하나.

▲ MZ세대는 국민소득이 3만불로 넘어가는 것을 경험한 세대다. 이전 세대처럼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지 않을 수 있다. MZ세대는 직업의 안정성보다도 일과 시간의 유연성, 자유를 선호하는 것 같다. 문제는 정규직화라는 오래된 관념이다. 정규직은 안정성을 보장하는 대신 그에 따라 요구하는 것도 많다. 과거처럼 노사문제, 대립구조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 제도와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대응 계획은.

▲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이를 위한 방향성이 중요하다. 이 법에 따른 처벌 정도가 아직 명확하지 않아 사람들의 예상이 다른 것 같다. 다만 경제인들에게는 형사적 처벌보다 벌금 등 페널티를 강하게 부과하는 경제적 접근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국회에서 법이 제정됐으니 따라야 하지만 시행 후 폐해가 생기거나 역기능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꼭 필요하다.

-- 평소 기업의 역할 재정립을 강조해왔는데 기업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 기업은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인데 이제까지 이 조직을 돈을 벌기 위해서만 써왔다. 제가 정의하는 기업의 역할은 경제적 가치만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유인만 주어지면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공적 영역만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회적 가치 창출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기업의 역할이 크게 바뀔 수 있다. 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숙제다.



--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 우선 기업이 반성해야 한다. 기업의 일탈이 반복해서 일어날 때 반기업 정서가 형성된다. 두 번째는 인식과 정서의 문제인데 기업인들이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기업인의 실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기업인들이 드라마에 나오는 (나쁜) 모습일 것이라는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다. 저 혼자 나와서 '원맨쇼' 하는 것은 원하지 않고 다른 사람도 계속 나와줘야 한다. 하루아침에 반기업 정서가 바뀌진 않겠지만 기업인들이 꾸준히 소통해서 바꿔나갔으면 한다.

-- 인스타그램은 회사와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하는 것인지.

▲ 인스타그램은 회사 홍보팀과 상관없이 직접 한다.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정도이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스타그램은 좋은 소통 플랫폼이다. 잘 모르면 '뿔 달린 괴물' 같은 이미지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저는 발표나 회의를 할 때의 정제된 이미지와 다른 형태의 자연스러운 이미지가 공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젊은 층과 소통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준다. 지인들에게도 인스타그램을 해보라고 권유하는데, 그러면 자꾸 자기네 회사 홍보팀과 상의를 한다. (웃음)

-- 올해 3월 대한상의 회장 임기를 시작했는데 지난 9개월간의 소회는.

▲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소통하기 위해 대한상의 소통 채널인 '소통 플랫폼'을 구축했다. 소통 비용을 줄여 노동계와 환경단체, 정부의 입장을 들어야 우리가 나아갈 방향과 지표로 삼을 수 있다. 기업인들이 직접 출연하는 국가발전 프로젝트 방송 '아이디어 리그' 같은 시도도 상의로서는 처음이다. 소통 비용이 줄어야 교류·협력이 가능한데 대한상의가 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더 활발하게 할 계획이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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