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감옥 열쇠 경매에…남아공 정부 '안돼'

입력 2021-12-25 15:41
넬슨 만델라 감옥 열쇠 경매에…남아공 정부 '안돼'

만델라 투옥된 감옥 간수가 경매로 내놔

남아공 "열쇠는 남아공 국민의 것…경매 중단하고 반환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가 오랫동안 복역했던 로벤섬 감옥 열쇠가 뉴욕에서 경매로 나왔다.

하지만 남아공 정부는 이 열쇠가 남아공 국민의 것이라며 경매를 중단하고 반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의 경매소 건지스(Guernsey's)는 내달 28일 만델라 전 대통령의 기념품 경매를 진행한다.

이날 경매에 부쳐질 물품에는 만델라의 화려한 셔츠와 조지 W. 부시·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선물, 만델라가 서명한 예술품과 기념품 등이 포함됐다.

이 물품의 대부분은 만델라의 가족이 내놓았다. 만델라의 가족은 경매 수익금으로 그의 묘지 주변에 기념 공원과 박물관을 세울 계획이다.

이번 경매에는 만델라가 복역 당시 그를 지키던 간수이자 친구인 크리스토 브랜드가 내놓은 3가지 물품도 함께 나왔다. 문제가 된 로벤섬 감옥 열쇠와 만델라가 서명해 브랜드에게 선물한 남아공 헌법 초안, 만델라가 사용한 운동용 자전거다.

로벤섬은 남아공 남부 도시 케이프타운에서 배로 45분 거리에 있는 작은 섬으로 과거 정부가 반체제 인사를 가둔 감옥으로 사용했다.

만델라는 정부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맞서다 구속된 뒤 27년의 옥살이 중 18년을 이곳에서 보냈다.



브랜드는 만델라와 로벤섬 감옥에서 간수와 죄수로 만났지만 우정을 쌓았고, 만델라가 외부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2013년 만델라와의 일화를 담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건지스 경매소의 알런 에팅거 회장은 만델라의 큰딸인 마카지웨 만델라의 요청으로 경매를 열게 됐으며, 브랜드가 경매로 내놓은 물건도 마카지웨가 허락한 것이라고 AP통신에 설명했다.

에팅거 회장은 "이 열쇠는 인종 탄압에 반대하던 만델라를 오랫동안 가둔 동시에 그를 풀어준 열쇠로, 인류애의 최악과 최선을 동시에 상징한다"며 "열쇠 판매 수익금 일부는 만델라 기념 정원을 세우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남아공 정부는 경매품에 만델라 감옥 열쇠는 포함돼선 안 된다며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스포츠예술문화부 장관인 나티 음테트와는 성명을 통해 "건지스 경매소가 남아공 정부, 로벤섬 박물관 등과는 아무런 협의 없이 열쇠를 경매로 내놓았다"며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 그 열쇠의 상징성을 분명히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열쇠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남아공 국민의 것"이라며 "경매는 중단되고 열쇠는 반드시 정당한 소유자에게 즉시 반환돼야 한다. 우리는 이를 위해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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