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톈안먼 추모 예술작품 추가 기습철거…"역사 지우기"(종합)

입력 2021-12-24 15:04
홍콩서 톈안먼 추모 예술작품 추가 기습철거…"역사 지우기"(종합)

'민주주의 여신상'과 부조 벽화…"대중 비난 피해 한밤중 철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대학 캠퍼스 내에 전시돼 있던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예술작품 두 개가 추가로 철거됐다.

홍콩중문대는 24일 성명을 통해 이날 새벽 교정에 세워져있던 '민주주의 여신상'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홍콩중문대는 "학교는 2010년 해당 조각상의 교내 설치 요청을 반대했고 조각상의 설치를 인정한 적이 없다"면서 "내부 평가를 거쳐 해당 조각상의 철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도 해당 조각상의 유지와 관리에 대한 책임을 주장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 그 조각상을 교내에 설치한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와 홍콩중문대 학생회는 모두 해산했다고 덧붙였다.

홍콩중문대에 세워졌던 '민주주의 여신상'은 1989년 톈안먼 시위 당시 대학생들이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 세운 동명의 조각상을 본 떠 제작한 것으로, 그해 6월 4일 중국 정부의 유혈 진압을 기념한다는 취지에서 6.4m 높이로 제작했다.

톈안먼 광장에 등장했던 '민주주의 여신상'은 인민해방군이 시위를 유혈 진압할 때 파괴됐다.

홍콩중문대 대학원생이자 홍콩 샤틴 지역 구의원인 펠릭스 초우는 홍콩 공영방송 RTHK에 "이러한 상황에 충격받았다. 상징성을 띤 그렇게 중요한 조각상이 밤새 사라질 수 있다는 것에 극도로 충격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콩 링난대도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추모하는 대형 부조(浮彫, relief) 벽화를 철거했다.

이 양각 부조 작품에는 '민주주의 여신상'과 함께 톈안먼 광장에서 홀로 탱크를 막아섰던 일명 '탱크 맨'과 중국군의 총탄에 희생된 이들의 모습이 담겨져있다.

링난대는 이날 "최근 평가를 거쳐 대학 사회의 전반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철거했다"고 밝혔다.

AFP 통신은 "대부분의 학생이 방학으로 자리를 비운 크리스마스 이브에 대학들이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철거된 두 작품을 모두 만든 천웨이밍은 로이터 통신에 "중국공산당이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시행한 이후 그들은 언론과 집회, 표현의 자유를 뿌리째 뽑아버렸다"며 "그들은 잔혹한 탄압의 실제 역사를 제거하려 한다. 그들은 홍콩에서 어떠한 이견도 존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어떠한 손상에 대해서도 대학 측을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릭 퉁 링난대 학생회장은 "학교 측에서 학생 대표들에 기념물 철거와 관련해 아무런 안내를 하지 않았다"며 학교 측에 철거 사유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두 대학의 움직임은 홍콩대가 지난 22일 밤 톈안먼 민주화시위 기념 조각상 '수치의 기둥'을 기습 철거한 데 이어 이뤄졌다.

중국과 달리 홍콩에서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아래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행사가 진행돼왔다.

그러나 지난해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당국과 친중 진영의 압박 속에서 톈안먼 추모행사를 주최해온 지련회가 지난 9월 자진해산했다.

홍콩 당국은 이어 지련회가 30여년 수집해온 자료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지련회의 간부들을 불법집회 관련 혐의로 잡아들였다.

이에 향후 홍콩에서도 톈안먼 추모행사가 더 이상 열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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