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반만의 전략대화…미중갈등 속 韓中 빈번한 고위급 소통

입력 2021-12-23 23:11
수정 2021-12-23 23:27
4년반만의 전략대화…미중갈등 속 韓中 빈번한 고위급 소통

내년 수교 30주년 계기 문화·경제 협력 기대…종전선언 진전은 미지수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3일 4년반만에 열린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영상)는 양국의 당국간 대화가 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이전수준으로 정상화했음을 알렸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양국 관계가 고위급 교류, 경제협력, 코로나19 방역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해 왔다고 평가하고, 2022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보다 성숙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한국 외교부가 밝혔다.

이번 전략대화는 9월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 및 한중 외교장관회담, 이달초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의 방중 및 양제츠(楊潔) 외교담당 정치국원과의 대화 등으로 이어지는 한중간 빈번한 고위급 소통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코로나19 영향 속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답방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양국은 대면 정상회담이 여의치 않으면 영상 정상회담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외교·국방 당국간 2+2 협의도 모색 중이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6월의 직전 외교차관 전략대화는 사드가 다른 이슈를 압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16년 7월 정부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결정한 뒤 중국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카드를 빼드는 등 경제 수단으로 한국을 압박했고, 대화를 해도 실질적인 협력을 논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2017년 10월 사드 갈등 봉합을 위해 한국 정부가 '3불'(사드 추가배치-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한미일 군사동맹화 부정)을 언급했음에도 중국은 한한령을 푸는데 뜸을 들였고 한중관계는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어정쩡한 상태로 이어졌다.

역설적이게도 미중 전략 경쟁 구도에서 파생된 사드 갈등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던 한중 외교 채널은 올해 미중 갈등 심화 속에 전기를 맞았다.

미국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주요 7개국(G7·미·영·프랑스·일본·독일·이탈리아·캐나다), 파이브 아이즈(미·영·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각종 소그룹을 통해 중국 포위·압박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중국에게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영향이 컸다는게 중론이다.

양측간 빈번한 고위급 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은 이달 초 2015년 9월 '암살'개봉 이후 6년여 만에 한국 영화(오! 문희) 개봉을 허용하고, 중국의 비료제품 수출전 검사 제도 도입으로 지난달 한국 내 요소수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계약된 물량의 수출은 순차적으로 허용하는 등 일정한 성의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수교 30주년이라는 계기까지 더해지면서 양국간의 교류와 협력의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차관급 전략대화 한국 측 발표문에 따르면 양측은 문화교류 활성화, 원자재 공급, 기후 변화 등 경제ㆍ문화ㆍ환경 등 분야에서 양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성과지향적인 실질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그 맥락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방역ㆍ안전ㆍ평화의 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힘으로써 미국 등 일부 서방 국가들의 외교 보이콧(정부 관리를 파견하지 않는 것)이라는 암초를 만난 중국에 힘을 실어 줬다.

그러나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같이 정치·안보가 결부된 문제에서도 한중간에 진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최 차관과 러 부부장은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과 항구적 평화정착이라는 공유된 목표를 재확인했지만 결국 실질적 진전을 이루려면 북한이 대화의 무대로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 미·중 양국이 지난달 영상 정상회담을 하고도 치열한 갈등 양상에 큰 변화가 없는 점 역시 북핵 문제를 둘러싼 양 강대국의 의기투합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요인이다.

내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고위급 대화 등 극적인 반전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지만 실질적인 한반도 관련 논의의 진전은 내년 한국 새 정부 출범 이후를 기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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