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인플레에 뉴욕 1달러 피자도 '휘청'…"생존의 위기"
재료 가격 급등 탓에 가격 인상하거나 폐업 속출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40년만에 최대 수준인 미국의 물가상승에 뉴욕의 명물인 1달러 피자가 존폐의 갈림길에 몰렸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단돈 1달러(한화 약 1천190원)에 피자 한 조각을 판매하는 뉴욕의 저렴한 피자전문점들이 급등한 물가 탓에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현재 뉴욕시에는 수십 개의 1달러 피자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뉴욕에서 워낙 저렴하게 피자를 파는 탓에 불법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나 가짜 치즈 사용 등의 논란도 있지만, 가난한 학생이나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1달러 피자 업체 중에서는 이미 가격을 인상한 곳이 적지 않고, 아예 문을 닫는 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2009년에 문을 연 '99센트 핫 피자'는 한때 시내에서 9곳의 지점을 운영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 3곳의 문을 닫았다.
창업자인 압둘 바틴은 현재 추가로 3곳의 지점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바틴은 "더는 누구도 1달러에 피자를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최근 피자 가격을 1달러에서 1달러 50센트로 인상했다.
시내 4곳에서 영업하던 '챔피언 피자'는 현재 맨해튼 남쪽 한 군데를 제외하고 모두 문을 닫았다.
임대료를 둘러싼 건물주와의 갈등 때문이었다.
현재 운영 중인 맨해튼 남쪽의 지점은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줘 생존이 가능했다.
이 지점에선 하루에 1천200~1천400 달러(약 143만~166만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이 업체는 인근 학생들에게는 아직도 1달러에 피자를 판매하지만, 성인들에게는 피자 가격을 50센트 인상했다.
업주들은 임대료뿐 아니라 피자 재료의 가격이 급등한 것이 생존에 절대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가뭄 탓에 밀가루 가격이 올랐고, 육류 가격 상승과 일손 부족 탓에 가장 흔한 피자 토핑 재료인 페페로니 가격도 뛰었다.
이탈리아에서 수입되는 토마토 통조림과 인도산 칠리는 해상 물류대란으로 비싸졌다.
또한 피자를 포장하는 종이팩과 음료수에 사용하는 빨대까지 식당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건의 가격이 함께 올랐다.
피자 재료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치즈 가격이 안정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최근에는 가뭄으로 우유 생산이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치즈 가격도 불안한 상황이다.
'2브로스 피자'의 공동 소유주인 엘리 할랄리는 "치즈 가격까지 급등한다면 1달러 피자 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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