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싹쓸이' 홍콩선거 후폭풍…중국·서방 치열한 공방
美, 독자 제재하고 우방국 규합해 대 중국 비난 공세
中 '내정간섭' 논리로 반박…관영매체 동원해 여론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친중 진영이 90석 중 89석을 휩쓴 지난 19일의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 이후 홍콩을 둘러싼 중국과 서방의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이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지난 3월 홍콩 공직 선거 출마 자격을 당국이 심사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를 개편한 후 치러진 이번 선거가 저조한 투표율 속에 친중 세력의 압승으로 귀결된 데 따른 '후폭풍'이다.
이번에도 미국이 대 중국 압박의 선봉에 섰다.
선거 다음날인 20일(현지시간)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홍콩의 민주주의를 해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소속 부주임 5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 국무부는 홍콩의 지위에 대한 보고서의 업데이트 버전에 홍콩의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폐간과 홍콩 공무원들에 대한 새로운 충성서약 의무, 선거제 개편 등을 거론하며 "이는 중국이 홍콩의 고도의 자치를 계속해서 해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은 같은 날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로 불리는 정보공유 연합체에 속한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도 공동성명을 통해 "홍콩 선거제도의 민주적인 요소가 무너진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홍콩의 민주 법치에 간섭하는 것에 중국은 결연히 반대하고,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홍콩 사무를 관할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같은 날 대변인 담화에서 파이브 아이즈 공동성명에 대해 "홍콩의 민주·자유에 대한 관심은 거짓이며 실제로는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 충분히 드러났다"며 "우리는 강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22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 격인 '종성(鐘聲)'에서 미국 등을 겨냥, "그들은 말로는 '민주' '인권'을 내세우지만 마음 속에는 시대착오적인 식민주의 심리와 패권적 사고가 넘쳐난다"고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22일자 1개 면(7면) 전면을 홍콩 선거에 대한 서방의 비판에 반박하고 홍콩의 '일국양제' 성취를 자평하는 글로 도배했다.
중국과 서방의 홍콩 갈등은 최근 1∼2년 사이에 극도로 심화했다.
일국양제 원칙 하에, 영국령 시절 홍콩에 정착한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1997년 중국으로의 반환 이후 50년간 유지토록 한다는 중국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서방의 시각이다.
중국과 영국 간 1984년 체결된 홍콩반환협정(공동선언)은 중국이 홍콩을 반환받은 이후 50년간 홍콩의 현행 체제를 기본적으로 유지한다는 내용과 외교·국방을 제외한 홍콩 주민의 고도 자치를 인정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중국이 홍콩을 반환받은 후 처음에는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港人治港)는 원칙을 내세우다 2019년 대규모 반중 시위를 계기로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려야 한다'(愛國者治港)는 쪽으로 노선을 틀면서부터 서방은 중국이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해왔다.
이에 맞서 중국은 홍콩 반환후 중국 정부가 홍콩을 통치하는 법적 근거는 중국 헌법과 홍콩 기본법이라며 홍콩반환협정의 위상과 효력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와 더불어 홍콩에 대한 서방의 '민주주의 쇠퇴' 지적에 대해서는 '인민의 요구를 충족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라는 논리로 맞대응하면서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을 계기로 홍콩 상황이 안정됐다고 주장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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