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사정부, 유엔에 반기 드나…특사 현지 사무실 폐쇄
헤이저 후임 특사 임명에도 "임기 종료돼"
전임 버기너 특사, 쿠데타 이후 군정 학살행위 맹비난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미얀마 군사정부가 쿠데타 이후 벌어진 민간인 학살 등 군경의 잔학 행위를 비난하면서 사태 해결을 도모해온 유엔 특사 사무실을 폐쇄했다.
22일 현지매체인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은 성명을 내고 수도 네피도에 있는 유엔 특사 사무실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군정은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58) 특사의 임기가 종료됐다고 판단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밝히면서 더이상의 추가적인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싱가포르 출신인 놀린 헤이저(73) 전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사무총장을 후임 특사로 임명했다.
헤이저 특사는 UNESCAP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개발 및 빈곤 해소를 위해 미얀마를 포함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동남아 전문가다.
유엔 미얀마 특사는 서부 라카인주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신설됐으며 현지 사무실은 같은 해 12월 수도 네피도에 마련됐다.
앞서 지난 2017년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로힝야족 일부가 경찰 초소를 공격한 이후 정부군의 대대적인 토벌작전이 전개됐다.
정부군은 도처에서 성폭행, 학살, 방화를 일삼았고 로힝야족 수천 명을 살해했다. 또 70만명이 넘는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그러나 군정이 올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구금하고 반대 세력을 무자비하게 유혈진압하자 초대 특사인 버기너는 민간인 살해 등 군정의 학살행위를 강하게 비난해왔다.
유엔은 또 반군부 성향인 초 모 툰 현 미얀마 대사를 군 출신인 아웅 뚜레인으로 교체해달라는 군정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미얀마 군정의 이번 사무실 폐쇄 조치가 민간인을 비롯한 반군부 세력에 대한 무력 진압을 즉각 중단하라는 유엔의 압박에 맞서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지난주 미얀마 군정 외교부는 로힝야족을 비롯한 소수민족 인권 침해 및 개선에 관한 유엔의 결의안 채택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왜곡되고 잘못된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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