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떠돌이 안 돼' 웨이보, 저속한 아이디 퇴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가 저속한 단어가 들어간 사용자 아이디 퇴출에 나섰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웨이보는 지난 19일 저속한 단어의 사용자 아이디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부랑자·떠돌이라는 뜻의 '볘싼'(?三), 외양과 행동이 여성스러운 남자를 뜻하는 '냥파오'(娘?), 바보라는 뜻의 '얼훠'(二?)와 같은 단어는 더 이상 사용자 아이디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웨이보는 "해당 사안과 관련된 다수의 이용자들은 아이디를 바꿨다"며 "아이디를 바꾸지 않은 계정은 우리가 그들의 아이디를 재설정할 것"이라고 고지했다.
이어 "다음 단계로 우리는 이용자들의 홈페이지 내 개인 프로필이나 개인 사진에서 해당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SCMP는 "20일 현재 웨이보 게시글에서는 여전히 해당 단어들이 검색 됐지만, 해당 단어가 들어간 사용자 아이디는 검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웨이보의 이번 조치는 중국 당국이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인터넷 콘텐츠 '정화' 작업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나왔다.
이달 베이징시 인터넷정보판공실은 법이 금지한 정보의 유통을 누차 허용했다며 웨이보 관계자를 '웨탄'(約談) 형식으로 불러들였고, 300만 위안(약 5억6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웨이보 계정 사용자가 외설물을 업로드해 유포하고, 일반적인 게시물로 가장한 광고물을 여러 계정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올리는 것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은 데 대한 처벌이다.
웨탄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업체나 기관을 공개적으로 불러 질타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일종의 '군기 잡기'다.
5억여명이 사용하는 웨이보는 당국의 엄격한 검열 대상이지만 중국 누리꾼들의 주요 담론의 장이다.
최근 논란이 된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의 미투 폭로도 웨이보를 통해 이뤄졌다. 다만 해당 글은 곧바로 삭제됐다.
중국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지난 8일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한 웨이보의 주가는 출발 이래 계속 공모가(272.80홍콩달러)를 밑돌고 있다. 이날은 오후 3시30분 현재 233.60홍콩달러(약 3만5천700원)를 기록 중이다.
한편, 이달 초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올들어 오용되거나 핵심 사회주의 가치를 홍보하지 못한 2만여개의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폐쇄하거나 정지시켰다고 발표했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또한 정보의 불법 유통을 이유로 인기 드라마 정보 플랫폼 더우반(豆瓣)에 150만 위안(약 2억8천만원)의 벌금을 각각 부과했다.
이어 지난 9일에는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개인정보 과다 수집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으나 기한 내에 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더우반 등 106개 앱을 자국 내 모든 앱 장터에서 내리도록 명령했다.
또 전날 베이징시 인터넷정보판공실은 성명을 통해 지식검색 사이트인 즈후(知乎) 책임자를 웨탄 형식으로 불러 정보의 불법유통을 즉각 시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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