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안전하고 깨끗한가…지구촌 원전 둘러싼 논쟁 가열
EU '원자력=친환경 여부' 결정 앞두고 프랑스·독일 대립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구온난화가 지구촌 미래를 위협하는 최대 난제로 떠오른 가운데 화석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원자력 발전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는 측은 금세기 말까지 기온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원전이 건설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과 사용 후 핵연료 문제·사고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신재생에너지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맞선다.
미국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9일(현지시간) 원자력 발전을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는 문제에 대한 유럽연합(EU) 결정이 22일로 예정된 가운데 탈원전을 이끄는 독일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원전 확대로 돌아선 프랑스를 중심으로 원전 찬반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자력은 현재 인류가 보유한 기술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미국 스리마일 아일랜드와 러시아 체르노빌,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는 사람들에게 원전을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에너지원으로 각인시켰다.
원자력은 또한 건설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건설에 5년 이상이 소요되며, 특히 운용 과정에서 최소 수천년 간 안전한 관리가 필요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환경운동가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
EU는 지속가능한 투자처를 규정하기 위한 새로운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녹색 분류체계)에서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할 것인지 오는 22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전력 생산의 약 70%를 원전에 의존하고 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에너지 자립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수십 년 만에 원전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프랑스가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끌고 있다.
프랑스 주장에는 핀란드, 체코,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슬로베니아 등 친(親)원전 국가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면 금융 조달이 쉬워져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원전 산업이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찌감치 탈원전을 선언하고 내년 말까지 현재 운용 중인 원전도 모두 폐쇄할 예정인 독일은 오스트리아, 덴마크,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등과 함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참사 같은 사고 위험과 핵폐기물 문제 등을 거론하며 원자력의 친환경 에너지 분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될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입돼야 할 막대한 재원이 원전 건설로 빠져나감으로써 그린에너지로 전환이 늦어지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 찬성론자인 미국 컬럼비아대학 제임슨 핸슨 교수는 원자력 발전은 해가 비치지 않아도, 바람이 불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한다며 우리에겐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를 24시간 안정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전 지구적인 탈탄소 노력이 중요하다며 독일은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원자력 발전에 새로운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베를린공대 원자력발전경제학 전문가인 벤 빌러 교수는 오히려 향후 8년이 탈탄소에 매우 중요하다며 세계는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원전 건설과 기후 대응) 시간을 고려할 때 원전은 기후변화와 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없다"며 "신재생에너지에 필요한 자금을 가로막을 뿐"이라고 말했다.
독일 반핵·환경운동가 슈테판 아우흐터는 누가 절대 실수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면서 원자력 에너지를 러시안룰렛에 비유하고 제2의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참사 가능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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