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오미크론 살얼음판…봉쇄·통제 속 혹독한 겨울나기 돌입(종합)
네덜란드 전국 봉쇄…영국도 정치 혼란 속 고심
미 보건원장 "하루 확진자 100만명 갈 수도" 경고
남반구 호주, 빗장 풀었다가 확진자 급증 '화들짝'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박의래 기자 = 지구촌은 올해가 다 가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연말까지도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주요국에서는 백신 접종으로 한줄기 빛이 보이는 듯 했으나 갑자기 등장한 오미크론 변이가 순식간에 확산해 싸움은 다시 긴 터널에 접어든 형국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CNN 방송 등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를 제치고 우세종이 되는 상황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혹독한 겨울이 시작됐다.
◇ 유럽 하루 수만명씩 확진…실내활동 증가·오미크론 확산 여파
인구가 6천700만여명인 영국은 이날 8만2천886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이 중 오미크론 변이는 1만2천133건이다.
러시아(인구 1억4천230만여명)는 하루 사망자만 1천23명을 기록했다. 러시아는 지난 10월 16일 이후 매일 1천 명 이상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프랑스(6천800여만명)도 5만명에 육박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이탈리아(6천240여만명), 독일(7천990여만명), 폴란드(3천810여만명), 네덜란드(1천730여만명)는 1만∼2만명대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이들 국가의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는 작년 초 코로나19가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 최다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우려를 산다.
이 같은 대유행에는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적 특색뿐만 아니라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도 한몫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 네덜란드 다시 봉쇄령…주요국들 방역규제 강화 검토
공중보건이 계속 악화하자 유럽은 다시 극단적인 방역 규제인 봉쇄조치 카드를 꺼내고 있다.
네덜란드는 이날부터 다시 전국적인 봉쇄에 들어갔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는 다시 봉쇄에 들어간다"면서 "오미크론 변이로 유발된 5차 유행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슈퍼마켓, 약국 등 필수 상점을 제외한 비필수 상점과 술집, 식당, 영화관, 공연장, 박물관 등은 내달 14일까지 문을 닫는다. 학교도 내달 9일까지 방학에 들어갔다.
시민이 자택에 초청할 수 있는 손님 수는 크리스마스인 오는 25일을 제외하고 기존 4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일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영국도 전면 봉쇄를 검토하고 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부 장관은 이날 BBC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 전 봉쇄 조치를 배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선 그것을 보장할 수 없다"라며 "지금 시점엔 모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회가 소집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더 선은 크리스마스 후에 실내 모임 금지, 식당·펍 실내석 운영 금지, 상점 수용인원 제한 등의 조치가 다시 생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에서는 이미 정부의 방역 규제를 둘러싸고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보리스 존슨 총리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전날 런던에서는 백신 패스와 봉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독일은 영국과 영국령 일대를 오미크론 변이 지역으로 지정, 20일 0시부터 영국에서 독일로 열차나 버스, 선박이나 여객기를 통한 승객 운송을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독일 국적자나 독일 내 거주지와 거주 허가가 있는 이들과 동반가족, 외교관, 국제경기에 참여하는 운동선수는 예외다.
앞서 프랑스도 19일 0시부터 영국발 입국 규제를 강화했다.
영국에서 출발해 프랑스로 들어오려면 필수적인 사유가 있어야 하며, 관광 등을 목적으로 입국할 수 없다.
단, 프랑스 또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국적자는 예외로 한다.
또 프랑스 파리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취소하고, 노상 음주도 규제할 방침이다. 코로나19 백신 부스터 샷의 간격을 5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이 밖에 덴마크도 극장, 공연장, 놀이공원, 박물관을 폐쇄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저녁 8시 이후 술집 문을 닫는다.
◇ 미국도 비상…전문가 "힘든 겨울 맞이할 것" 경고
미국에서도 오미크론 변이에 비상등을 켰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9일 오미크론 변이가 맹위를 떨치면서 미국이 힘든 겨울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전염병 권위자이자 백악관 최고 의학 자문역인 파우치 소장은 이날 NBC, CNN 방송 등에 잇따라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에 대해 매우 분명한 한 가지는 그것의 놀라운 확산 능력과 전염력이고 여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미국에서도 오미크론이 번지기 시작해 일부 지역에서는 전체 코로나 감염자 중 오미크론 환자 비율이 30∼50% 수준까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진앙인 뉴욕주에서만 지난 17일 2만1천27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와 하루 최다 확진자 기록을 세우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16일 기준 미국(인구 약 3억3천500만명)의 최근 7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2주 전보다 31% 증가한 12만4천413명이었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NIH) 원장도 19일 CBS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주 간 확진자가 급증할 것이며, 하루 신규 확진자가 조만간 100만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내놨다.
이는 1월 기록한 최고치인 25만명 정도를 크게 웃도는 것이기도 하다.
◇ 여름철 남반구는 상대적 여유…호주·뉴질랜드 방역규제 완화
북반구가 혹독한 겨울을 맞은 사이 여름이 시작된 남반구에서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호주에서는 최근 며칠 사이에 방역을 속속 완화하는 움직임이며, 뉴질랜드에서도 빗장을 푸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호주는 대도시 시드니를 포함한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에서 이달 15일부터 통제를 무더기 완화했는데, 여기에는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증명 같은 것도 포함됐다.
하지만 19일 NSW 주의 신규 확진자 수는 2천566명으로 하루 만에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면서 통제 완화가 성급한 것 아니었냐는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뉴질랜드는 사실상 강력한 국경 봉쇄를 유지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통제 완화에 나섰다.
저신다 아던 총리가 코로나19 사태로 미뤘던 결혼식을 다음날 열 예정이며, 여기에는 하객 수십명과 초대 가수가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 신규 확진자는 19일 55명이며, 이중 오미크론 변이 감염은 5명으로 모두 해외 입국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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