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7년전 인권 발언 뒤늦게 강조한 까닭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과거 인권에 관한 발언을 엮은 책을 이달 초 뒤늦게 편찬했으며, 이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견제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문헌출판사는 지난 7일 '인권 존중과 보호에 대한 시진핑의 발언 발췌록'을 출간했다.
시 주석이 2013년부터 인권과 관련해 한 발언 중 일부를 엮은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2014년 2월 17일 170여명의 중간급 관리가 참석한 중국공산당 중앙당교의 한 행사 개막 연설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인권에 대한 서방의 비판에 직면해 우리는 단호히 맞받아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서방 지도자들이 내게 인권에 대해 얘기할 때면 나는 항상 최상의 인권이라는 것은 없으며, 오로지 더 나은 인권만 있다고 말한다"며 "나는 물론 중국의 인권이 개선돼야 하지만 당신들도 인권과 관련해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의 기준에 부합하면 되며 서방의 기준을 살피거나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SCMP는 "해당 책은 지난 9∼10일(현지시간)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여한 미국과 그 동맹들로부터의 압력 증가에 직면한 중국 정부가 인권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하는 가운데 출간됐다"고 설명했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중국 전문가인 케리 브라운은 SCMP에 "7년도 더 지난 해당 발언이 지금 편찬된 것은 시 주석이 그러한 견해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유럽에서의 (중국 관련) 정치적 이슈가 등장하기 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발언은 서방의 인권 개념과 관련해 중국 지도부 내 어떠한 열등감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은 서방의 그러한 모든 비난이 정치적 도구라고 확신하고 있어 서방 국가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리처드 맥그래거 선임 연구원은 "시 주석의 발언은 인권에 대한 중국 정부의 기본적 입장을 웅변하는 것"이라며 "즉, 서방은 인권과 관련해 중국에 대해 가르칠 게 없으며 비판에는 정치적 대응이 따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신장(新疆) 등 다른 곳과 함께 홍콩에도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내세워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결의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또한 군사적 목적과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의 기업과 기관 등에 대한 제재를 최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SCMP는 이달 열릴 예정이던 유럽연합(EU)-중국 연례 정상회담이 신장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연기됐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7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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