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선거제 개편후 첫 의회선거…중간 투표율 역대 최저(종합)
'내 후보를 석방하라' 해시태그 운동 등 투표 저항 캠페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홍콩 선거제를 전면 개편한 이후 첫 입법회(의회) 선거가 19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간) 시작된 가운데, 오후 3시30분 현재 중간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18.77%를 기록 중이다.
민주진영에서 아무도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당선자가 아니라 투표율이다.
해외로 도피한 민주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선거제 개편에 항의해 투표 보이콧과 백지투표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야권의 불참 속 경쟁이 실종된 선거에 대한 무관심 속 과연 투표율이 얼마나 나올 것이냐에 관심이 쏠려있다.
일각에서는 민주 진영 정치인 21명이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당한 채 지난 9월 치러진 마카오 입법회 선거가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것처럼, 이번 홍콩 입법회 선거도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역대 입법회 최저 투표율은 2000년의 43.6%였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오전 일찍 투표를 한 후 "투표율 목표는 설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모두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람 장관이 투표를 하던 인근에서는 야당 사회민주연선 소속 일부 당원이 '강요받은 침묵…양심에 따라 투표하라'는 배너를 들고 시위를 펼쳤다.
존 리(李家超) 정무부총리는 투표 후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은 선거가 실패하길 원하는 반역자"라고 말했다.
홍콩 침례대 장 피에르 카베스탕 교수는 로이터 통신에 "분명히 홍콩 정부의 목표는 높은 투표율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선거의 합법성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반부패 수사 기구인 염정공서(廉政公署·ICAC)는 전날 선거 방해 혐의로 민주 운동가 네이선 로 등 해외에 머물고 있는 5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선거 투표 보이콧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염정공서는 백지투표와 투표 보이콧을 독려한 혐의로 10명을 체포하고 그중 2명을 기소했다.
또 해외로 도피한 테드 후이 전 입법회 의원과 야우만 전 구의원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홍콩 당국이 선거 방해 혐의로 체포령을 발부한 민주 활동가 써니 청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에 참여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의 공범자이고, 중국공산당의 거짓 평화 각본의 일부가 된다"고 적었다.
영국에 본부를 둔 홍콩 민주단체 '홍콩 워치'는 '내 후보를 석방하라'(#ReleaseMyCandidate)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홍콩프리프레스(HKFP)가 보도했다.
홍콩 워치는 홍콩의 주요 민주 진영 정치인과 활동가들이 구속된 상황을 지적하며 그들이 이번 선거에 출마했어야 하는 후보들이라는 의미로 해당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홍콩 워치'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반대파가 부재한 오늘 입법회 선거는 사기"라고 비판했다.
오후 10시 30분까지 진행될 선거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뽑는 지역구 의원 20명, 관련 업계 간접선거로 뽑는 직능 대표 의원 30명, 선거인단(선거위원회)이 뽑는 의원 40명 등 총 90명의 의원을 뽑는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르면 20일 정오께 모든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친중 진영이 장악한 선거인단이 뽑는 선거의 당선자는 20일 새벽, 기존 35석에서 20석으로 줄어들고 10개 지역구에서 진행되는 지역구 당선자는 20일 오전에 나오고 마지막으로 직능 대표 선거 결과가 보태져 최종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는 중국이 지난 3월 말 홍콩 선거제를 개편한 후 처음 실시되는 입법회 선거다.
범민주진영에서 자격심사위원회 설치와 직선출 의석수 축소 등에 반발해 아무도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을 역대 최저 수준이다.
특히 홍콩 제1야당인 민주당이 입법회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은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처음이다.
주요 민주진영 인사들이 대부분 2019년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기소되거나 실형을 살고 있는 데다, 출마를 희망해도 정부 관리들로 꾸려진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야권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민주진영 지지자들은 뽑을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친중진영에서는 야권과 경쟁이 없다는 이유로 과거만큼 입법회 선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홍콩 언론은 풀이했다.
홍콩 정부는 이날 대중교통 운임을 무료로 하며 시민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정책으로 투표권 행사에 제약이 따르는 중국 땅 거주 홍콩인들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중국과 접경지대에 투표소를 설치했다.
흥위엔와이(香園圍), 로우(羅湖). 록마차우(落馬洲) 등 중국 선전(深)과 접경지역 출입경 사무소 3곳에 투표소가 설치됐으며, 중국 선전에 거주하는 홍콩인들은 이날 투표소에 와서 투표하고 바로 중국 땅으로 돌아가면 별도로 격리를 할 필요가 없다.
홍콩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이날 1만여 명의 경찰 인력을 620개 투표소에 배치해 어떠한 불미스러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투표 방해나 무효표 독려 행위를 할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20만 홍콩달러의 벌금에 처해질 것이라고 누차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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