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내 20조원 시장 열린다…너도나도 '전기차 폐배터리' 사업
배터리 원료 가격 급등에 금속 추출할 수 있는 폐배터리 주목
2028∼2030년 시장 본격화 전망에 선점 경쟁…일각선 신중론도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폐배터리'를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관련 사업 진출에 열을 올리고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의 원재료인 금속 가격이 최근 급등하자 금속을 추출할 수 있는 폐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성능이 떨어진 폐배터리는 다른 분야에도 활용 가능한 이점이 있다.
최근 판매가 급증한 전기차의 배터리 교체 주기는 5∼10년이어서 2030년 전후로 20조원대 규모의 폐배터리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19년 1조6천500억이었던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이 2030년 20조2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050년에는 최대 6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배터리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에너지 기업들도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LG화학과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에 총 6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
라이-사이클은 배터리를 재활용해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추출하는 전문 기술을 갖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라이-사이클로부터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니켈도 2030년부터 10년에 걸쳐 공급받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BMR'(Battery Metal Recycle)을 본격화하기 위해 최근 'BMR 추진 담당'을 신설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와 별개로 폐배터리 양극재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독자 기술을 이미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또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온은 올해 10월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협약을 맺고 사용후 배터리 성능 검사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삼성SDI도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피엠그로우'에 지분을 투자한 바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일제히 전기차 폐배터리를 ESS(에너지저장장치)로 재활용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해외 배터리 업체와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도 폐배터리 사업에 적극적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최근 50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 시설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완성차 업체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폐배터리 회수 체계를 국내에서 먼저 구축한 뒤 해외로 확대하는 계획을 올해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테슬라, 폭스바겐, 다임러 등도 폐배터리 기술 개발이나 공장 건설 등의 사업 계획을 연이어 내놨다.
포스코와 GS 등 국내 에너지 기업들 역시 폐배터리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은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하고 환경 문제를 개선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에너지연구원은 전기차 폐배터리가 국내에서만 올해 440개, 2025년 8천300여개, 2029년 7만9천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가운데 폐배터리 시장 급성장에 비해 관련 법·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사업을 확대하기에는 고충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업계가 폐배터리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우후죽순으로 뛰어든 것에 비해 시장 개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다.
대신증권 이원주 연구원은 최근 '전기차 밸류체인' 보고서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서 아직 규모의 경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금속의 매장량이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폐배터리가 전체 밸류체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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