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유엔대사 사임하자 탈레반 "우리 측에 자리 넘겨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이 이전 정부의 유엔 대사 사임 직후 자체 임명한 대사를 다시 내세우며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18일 하아마통신과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이전 정부가 임명한 굴람 이삭자이 유엔 대사가 이달 15일자로 사임했다.
지난 8월 아프간을 재장악한 탈레반은 전 정부가 임명한 이삭자이 대사를 대신해 자신들이 9월에 새로 임명한 수하일 샤힌 대사가 아프간을 대표한다고 유엔 측에 주장해왔다.
유엔 자격심사위원회는 이달 1일 탈레반이 임명한 유엔 대사의 인정 여부 결정을 무기한 보류했다.
중국, 파키스탄, 이란,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아프간 주변국들이 탈레반 정부에 우호적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탈레반 정권을 인정한 나라는 없다.
탈레반이 임명한 샤힌 대사는 전날 "이제 아프간 새 정부에 (유엔 대사)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 유엔의 신뢰도는 중립성에 있다"며 "주권을 가진 아프간 새 정부에 자리를 줌으로써 중립성을 입증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삭자이 대사가 사임했다고 해서 이전 정부와 탈레반 정부의 유엔 대사 자리 갈등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전 정부가 운영해온 유엔 주재 아프간 대표부는 "사임한 이삭작이 대사 후임으로 나시르 아흐맛 파이크가 임명됐다"고 트위터를 통해 발표하고, 그를 소개하는 서한을 유엔에 보냈다.
전문가들은 탈레반 정부가 포용적 내각 구성, 테러와 단절 등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는 한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탈레반은 최근 강제 결혼 금지를 골자로 한 여권 보호 특별포고령을 내린 데 이어 내각에 여성이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해 보겠다고 밝히는 등 국제사회에 변화된 모습을 홍보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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