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이 증오의 피난처 되면 안돼"…투표권 확대 촉구

입력 2021-12-18 07:18
바이든 "미국이 증오의 피난처 되면 안돼"…투표권 확대 촉구

백인청년의 흑인교회 총기난사사건 인근 지역서 인종혐오 비난

"신성한 투표권 보호할 때까지 계속 싸울 것"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이 증오와 인종차별주의의 피난처가 돼선 안 된다며 적극적인 행동을 주문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오렌지버그에서 열린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졸업식에 참석해 한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깨닫지 못한 것은 증오를 물리칠 수 있지만 없애버릴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며 "증오는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산소를 공급받으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추악하고 비열하게 모습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증오에 산소를 공급할 순 없다"며 "증오에 피난처를 줄 수도 없고, 줘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지난 2015년 6월 발생한 총기난사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졸업식이 열린 오렌지버그는 찰스턴에서 120km 가량 떨어져 있다.

당시 21세였던 백인 청년 딜런 루프는 '인종전쟁'을 선언하고 흑인들이 주로 다니는 교회에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했고, 이로 인해 흑인 9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특히 인종주의가 빚은 참사에도 불구하고 희생자 유족들은 범인을 용서해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지난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지지층의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외국 정상들로부터 "미국이 괜찮은가, 미국 민주주의는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다른 나라 정상에게 이런 질문을 받을 것으로 생각조차 해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유혈 사태를 빚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을 향해 "그들은 인종차별주의자이고 파시스트다"라고 맹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가로막혀 있는 투표권 확대 법안의 처리 필요성도 강조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다수석인 하원에서 투표 참여를 지금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한 2건의 법안을 처리했지만 공화당과 동석인 상원의 관문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투표권에 관해 이렇게 끊임없이 공격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신성한 투표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 일을 완료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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