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거의 다 취소"…입국자 격리연장에 여행업계 한숨만
위드 코로나 이후 꿈틀댄 여행수요, 방역강화로 다시 '뚝'
"방역지원금보다는 PCR 검사요건 완화 등 제도적 지원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코로나19가 야속할 뿐이죠. 방역 강화를 안 할 순 없지 않습니까. 지난 2년간 견뎌왔으니까 한 6개월 정도는 더 참아보자는 분위기입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체념한 듯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 시행 이후 이 여행사는 조심스럽게 신규 예약 접수를 늘렸다. 그 결과 약 한 달 새 예약 규모가 코로나19 발생 이전 이맘때의 10% 수준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이달 초 정부가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유입을 막기 위해 해외 입국자에 대한 열흘간 격리 조처를 시행키로 하자 이들 고객 대다수가 예약을 취소했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의무격리 기간에 입국하기로 돼 있던 고객은 거의 다 예약을 취소했다고 보면 된다"고 토로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모처럼 기지개를 켰던 여행업계가 정부의 방역 강화지침 발표 이후 또다시 한숨을 쉬고 있다.
정부는 최근 해외 입국자 의무격리 조치를 내달 6일까지로 연장했으며,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체결국인 사이판과 싱가포르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서는 격리를 면제하되 PCR 음성확인서 발급 요건을 기존 '72시간 이내'에서 '48시간 이내'로 강화했다.
여행사들은 무엇보다 의무격리 조처에 직격탄을 맞았다.
하나투어[039130] 관계자는 "오미크론 확산 소식에 신규 유입 고객이 줄다가 결국 기존 고객들이 예약을 취소하기 시작했다"며 "내년 3∼5월에 출발하는 고객들은 아직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의무격리를 하게 될 고객은 상당수가 여행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1∼2월 전세기 상품을 꽤 준비했는데 오미크론 확산으로 타격이 클 것 같다"며 "겨울 성수기를 결국 허무하게 날리게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모두투어[080160] 관계자도 "정부의 의무격리 조치 연장 발표 이후 이달 중 출발하기로 한 고객 가운데 사이판과 싱가포르행 고객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취소를 요청했다"며 "1월 이후 출발하는 고객 일부도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거리두기 지침도 강화돼 단기 여행심리가 크게 위축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랑풍선[104620] 관계자 역시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지난달에 유입됐던 예약 고객의 90%가량이 빠져나간 상태"라며 "신규 예약 문의는 당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17일 코로나19 특별방역 대책으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에게 방역지원금 100만원을 지급기로 하면서 여행업도 지원대상에 포함했지만, 단발성 현금지원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행사 관계자는 "체감상 전체 예약 고객의 3분의 2가 빠져나갔는데 업체당 100만원으로는 손실을 회복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확산세가 다시 진정됐을 때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는 PCR 검사 요건이나 자가격리 기간을 과감히 완화해주는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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