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10년' 북중, 진폭 있었지만 결국 '전략적 동거'
북핵도발·'친중' 장성택 ·김정남 제거 등으로 한동안 삐걱
2018년 이래 빈번한 정상 왕래속 관계 급진전…전략적 가치 상호인식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2011년 12월17일)으로부터 10년, 즉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 10주년을 앞둔 가운데, 북중관계는 격렬한 파동을 거쳐 '전략적 동거'로 안착한 형국이다.
북한은 2012년 12월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각각 강행하며 당시 공식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던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외교에 난제를 만들었다.
이어 북한내 대표적 '친중파'였던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처형(2013년 12월), 사실상 중국의 보호를 받아온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복형 김정남 암살(2017년 2월) 등을 거치며 북중관계는 적지 않은 파열음을 냈다.
2014년 시 주석이 역대 공산당 총서기 중 최초로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찾은 일은 양국 '혈맹' 관계를 무색케 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양국 관계는 북한이 김정남 암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으로 폭주하며 국제사회를 경악케 했던 2017년을 보낸 뒤 극적으로 전환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부터 남한, 미국과의 정상외교라는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면서 중국을 '보험'으로 삼았고,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경쟁 구도 속에 '전략적 완충지대'인 북한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면서 양국은 밀착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3월 집권 후 처음 중국을 찾은 것을 시작으로 2019년 1월까지 연달아 네 차례 중국을 방문했고 시 주석은 2019년 6월,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한미 정상을 만나기 전 중국을 방문하는 패턴을 이어가며 대외관계의 중대사를 앞두고 중국과 먼저 조율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난기류를 만난 뒤로도 중국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비롯, 안보리 대북 제재가 허용하는 인적·물적 교류를 이어갔고,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완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냈다.
중국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이었던 작년부터 미중 갈등 심화 속에 중국 내부에서 '항미원조(抗美援朝·한국전쟁때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의미)'가 부각되는 흐름도 양국관계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6·25전쟁 장진호 전투를 다룬 중국 영화 '장진호(長津湖)'는 지난 9월말 개봉해 역대 중국내 최대 흥행 수입을 거둔 바 있다.
교역 분야에서도 안보리 대북제재, 코로나19 변수로 절대량에는 진폭이 있었지만 북한의 전체 교역에서 중국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만큼은 지난 10년 이래 큰 변화가 없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중교역액은 2012년 북한의 대외교역액 69억1천만 달러 중 87%인 59억3천만달러에 달했다. 또 코로나19 영향 속에 북한이 고강도 국경통제를 했던 작년 북한의 총 공식교역액 8억6천만 달러 가운데 북중교역액은 약 63%인 5억4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내년에도 북중간의 전략적 동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의 동북아 전력 투사 및 동맹 관계의 강화를 유발할 수 있는 북한의 핵실험·ICBM 시험발사 등을 억제하는 안전판 역할을 중국이 맡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과 함께, 북중관계가 북핵 등 한반도 상황의 '현상타파' 보다는 '현상유지' 쪽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병존하는 양상이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