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지구종말의 날 빙하' 금 간 자동차 유리와 같은 상태
5∼10년 안에 극적 변화…플로리다 면적 얼음 다 녹으면 해수면 65㎝ 상승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남극의 초대형 빙하 중 하나로 녹으면 지구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지구 종말의 날 빙하'로도 불리는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가 금 간 자동차 유리와 같은 상태로 조만간 약간의 충격만으로도 산산조각이 나면서 붕괴할 수도 있는 것으로 경고됐다.
플로리다주 면적에 달하는 스웨이츠 빙하는 현재도 연 500억t의 얼음을 바다로 유입시키며 해수면 상승의 약 4%를 유발하고 있는데, 빙하가 붕괴해 완전히 녹으면 해수면을 65㎝가량 끌어올리는 것으로 지적됐다.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뉴스'(ScienceNews)와 영국 인디펜던트지 등에 따르면 13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추계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스웨이츠 빙하 상황과 관련한 경고를 쏟아냈다.
스웨이츠 빙하가 완전히 녹아내리는 지구 종말 시나리오는 수세기 뒤의 일로 여겨져 왔지만 지구온난화에 더 빨리 반응하면서 5∼10년 안에 극적인 변화를 겪을 것으로 지적했다.
오리건주립대학의 빙하학자 에린 페티트 부교수는 얼음 아래로 따뜻한 물이 유입되면 기반암 위에 놓여 안정적이던 빙하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2020년대 말에는 접촉면이 거의 없다시피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바다에서 빙하를 받치고 있던 빙붕이 쪼개져 나가고 육지에 있던 빙하까지 바다로 더 빨리 흘러내리게 된다.
페티트 부교수는 스웨이트 빙하 동쪽 지역은 가장 안정된 지역이었지만 위성 이미지는 곳곳에 금이 간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금이 간 자동차 유리에 비유했다.
그는 "자동차 유리에 난 점점 커지는 몇 개의 금과 같다고 본다"면서 "어느날 갑자기 턱을 넘을 때 유리 전체가 사방으로 산산이 조각날 것"이라고 했다.
스웨이트 빙하의 빙붕은 현재 해안에서 50㎞ 떨어진 곳에 있는 해산(海山)이 받치고 있지만 지난 2년간 빙붕 주변과 아래서 수집한 자료는 따뜻한 바닷물이 얼음 아랫부분을 녹이면서 버팀목이 오래 지탱하지 못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 지난 30년간 육지 위 빙하가 바다 쪽으로 흘러내리는 속도가 거의 두 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으로 위성 자료에 드러나 있다.
스웨이츠 빙하는 자체만으로도 해수면을 크게 끌어올리지만, 더 나아가 서남극의 다른 빙하까지 불안정하게 만들어 더 높은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스웨이츠 빙하를 연구하기 위해 결성된 '국제스웨이츠빙하협력단'(ITGC)의 미국 측 간사를 맡은 테드 스캄보스 박사는 "스웨이츠 빙하 전체는 해수면을 60㎝가량 끌어올릴 수 있는 물을 갖고있지만 주변 빙하까지 가세한다면 3m까지 해수면을 높일 수 있다"면서 "스웨이츠 빙하가 앞으로 100년간 어떻게 움직일지 분명한 그림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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