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쏟아지자 中 손잡은 니카라과…미국 對중미정책 딜레마

입력 2021-12-14 06:30
美 제재 쏟아지자 中 손잡은 니카라과…미국 對중미정책 딜레마

중미 다른 정권도 미국의 압박 거세지면 '친중'으로 기울 가능성

중미의 남은 대만 수교국 과테말라·온두라스의 향후 행보 주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중미 니카라과가 최근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면서 '미국 뒷마당'으로 불려온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좀 더 커지게 됐다.

특히 이번 니카라과의 '환승'이 다니엘 오르테가 정권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된 이후 이뤄졌다는 점은 미국의 대(對)중미 정책에 고민을 안기는 부분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미 고위 관리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중미 정부들에게 중국을 매력적인 파트너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9일 오르테가 정권이 대만 단교·중국 수교를 선언한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긴 했으나 예상 못 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해온 오르테가 좌파 정권이 최근까지 대만 수교국으로 남은 것이 의외의 일로 여겨져 왔다.

니카라과가 지금까지 대만의 손을 놓지 않은 데에는 대만과의 외교가 미국의 압박에 맞서는 데 어느 정도 지렛대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오르테가 대통령의 4연임 당선 이후 미국이 니카라과 정권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쏟아내자 오르테가 정권으로서는 더는 제재 방패 역할을 하지 못하는 대만 대신 '반미(反美) 동지'인 중국을 택한 것이다.

아울러 쿠바, 베네수엘라에 그랬듯 미국의 제재로 경제활동 등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니카라과의 숨통을 터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니카라과가 특수한 경우이긴 하지만, 다른 중미 국가에서도 미국의 압박에 대한 반발 또는 협상 카드로 중국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행 불법이민의 주요 원인인 출신국의 빈곤과 부패 등을 해결하기 위해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북부 3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이들 정부의 전·현직 인사들을 부패 명단에 올려 제재를 가하고 있다.

아직 현직 대통령까지 겨냥한 경우는 없지만 대통령 측근이나 현직 장관 등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다.

이미 이전 정권 때인 2018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손을 잡은 엘살바도르의 경우 최근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보에 대한 미국의 비판이 이어지자 미국과는 날을 세우면서 중국과는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등 '친중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는 이제 전세계에서 14개국만 남은 대만의 수교국들인데, 이들 정부 역시 미국으로부터 부패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를 문제삼아 미국이 제재를 가하고 중국이 그 빈틈을 노리고 파고들면 니카라과의 뒤를 이어 중국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두 나라 모두 현재로서는 먼 중국보다 가까운 미국에 더 기울어 있다.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과테말라 대통령은 미국 민주주의 정상회에 초대받지 못했음에도 워싱턴을 방문해 대만과의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온두라스의 경우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밝힌 중국과의 수교 가능성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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