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0년 김정은, 코로나로 가중된 경제난에 중대 기로"
AP통신 김 위원장 행보 되짚어…"핵무기 계속 쥐고 갈지 판단할 시점 올것"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너무 어리고, 약하고, 경험이 없다." 2011년 12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등장할 때 나온 서방 등 외부의 평가였다.
하지만 지금의 김 위원장은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친인척과 옛 실세를 잔혹하게 숙청하며 권력 기반을 확고히 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그에겐 국제 제재에 코로나19까지 겹쳐 가중된 경제난 해결이 난제로 떠올랐다.
김 위원장의 집권 10주년을 나흘 앞둔 13일 AP통신은 서울발 기사에서 '10년차 중대 기로에 선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의 행보를 되짚고 북한의 현 상황을 분석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유혈 숙청을 불사하는 강경한 행보를 보이면서 자신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 때 운구차를 호위한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해임을 시작으로 군부 고위 인사를 무더기로 교체하거나 강등 처벌하며 군부를 휘어잡았다.
이어 김정일의 오른팔로 40여 년을 2인자로 군림한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하는 등 친인척을 숙청하는 잔혹한 면모를 보이며 권력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그는 경제 분야에서는 힘겨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통신은 진단했다.
그는 집권 직후인 2012년 초 공개 연설에서 핵무장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포부를 내걸었으나 수년간 국제 제재가 이어진데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겹쳐 극심한 경제난에 처했다.
김 위원장이 시장 경제적 요소를 담은 정책을 발표한 후 장마당이 늘면서 2016년까지 북한 경제는 나름의 성장을 이어갔다고 통신은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 잇따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경제 상황은 다시 악화했다.
제재 해제 방안을 모색하던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2018년과 2019년 연이어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유의미한 결실을 얻지 못했다.
북한은 대화를 통해 제재를 벗길 원했지만,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특별한 조치 없이는 이를 해제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통신은 분석했다.
적극적으로 회담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마저도 이런 관점을 견지해 제재 방침을 쉽사리 바꾸지 않았고, 결국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나게 됐다.
그러자 "미국이 '강도 같은'(gangster-like) 태도를 보였다"며 비난하며 문을 닫아건 김 위원장은 핵억지력을 내세우며 '자력갱생'에 따른 경제 발전 노선으로 회귀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국경 봉쇄로 최대 우방국인 중국과 교역이 크게 줄면서 경제난이 심화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올해 북·중 무역액은 9월까지 1억8천500만 달러(약 2천180억원)로, 작년 동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9월 한달 교역량도 지난 2019년 동기 대비 29%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한 이후에도 북미 간 대화가 교착 상태를 풀지 못했기에 제재가 이른 시일 내에 풀릴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의 축을 앞서 적대국가로 설정했던 북한과 이란에서 패권 경쟁국인 중국으로 전환했기에 적극적인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북한 역시 미국에 제재와 한미 군사훈련 등 '적대시 정책'을 먼저 중단하라며 날을 세우고 있기에 대화의 여지가 이전보다 줄었다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안정적 장기집권 여부는 경제 위기 해결에 달려 있으며, 이는 비핵화에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핵무기 프로그램과 경제, 정권 안정은 서로 연결돼 있다"면서 "핵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경제는 좋아질 수 없고, 북한 사회의 동요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중국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북한에 지원을 계속할 것이기에 미·중 갈등 구도는 북한에 이익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은 성장 대신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지만 극심한 위기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과 엘리트 집권 계층에게는 그 정도 상황은 타협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3년간 핵무기 실험을 일시 중단했지만, 미국과 한국, 일본을 위협하는 단거리 무기 실험은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핵무기는 김 위원장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했지만 그는 핵무기를 더 밀어붙이는 모순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제재가 계속될 것이며, 국가 통제 경제로의 회귀는 과거에도 해결책이 되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면서 "어느 시점에서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얼마나 오래 쥘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할 것이며, 비교적 이른 시점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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