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소련 붕괴는 비극…경제난에 직접 택시 몰아야 했다"(종합)
"천 년간 형성된 역사적 러시아 붕괴…서방, 러시아 연방도 해체 시도"
(모스크바·이스탄불=연합뉴스) 유철종 김승욱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붕괴를 비극으로 묘사하면서 "경제난에(직접) 택시를 몰아야 했다"고 회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제헌절인 12일(현지시간) 국영 방송 '로시야 1'(러시아 1)의 특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러시아. 현대사'에 출연해 '1991년 소련 붕괴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였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푸틴은 "이는 소련이라고 불린 역사적 러시아의 붕괴였다"면서 "국가는 40%의 영토를 잃었고, 비슷한 규모의 산업생산력과 국민을 잃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우리는 완전히 다른 나라로 바뀌었고, 천년에 걸쳐 만들어졌던 것이 상당 정도 상실됐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소련 붕괴와 함께 2천500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하루아침에 국경 너머, 독립한 옛 소련 공화국들에 남겨지게 됐다"면서 "독립 공화국들엔 좋은 일이었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외에 남게 된 사람들에게 이는 당연히 나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러시아로) 돌아올 수도, 자신들의 친인척들과 재결합할 수도 없었다. 일자리도 없었으며 살 곳도 없었다. 이는 과장 없이 엄청난 비극이었다"고 회상했다.
푸틴은 또 1990년대에 서방이 소련에서 독립한 러시아 연방을 또다시 해체하려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연방보안국(FSB) 국장이었을 때(1998~1999년), 서방의 일부 세력이 러시아 연방 붕괴를 꾀하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를 흔들려는 분리주의자들, 폭력조직들, 테러리스트들을 직접 지원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푸틴은 소련 붕괴 이후의 개인적 삶에 대해 "대부분의 러시아 시민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소련 붕괴는 비극이었다"면서 "달빛을 보며 택시를 몬 적도 있다"고 당시의 경험을 털어놨다.
이어 "가끔은 돈을 더 벌어야 했고, 그래서 개인 자동차로 택시 운전사 일을 한 것"이라며 "솔직히 말해서 이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불쾌하지만 불행히도 이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덧붙였다.
소련 붕괴 이후 경제난이 심각했던 혼란기에 직장을 잃거나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하는 많은 러시아인이 자신의 차로 무허가 택시 영업인 '나라시' 영업을 한 것처럼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소련 시절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활동한 푸틴 대통령은 과거에도 소련의 붕괴를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소련은 1991년 15개 구성국이 각각 독립하면서 해체됐으며, 과거 소련 구성국 중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은 2004년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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