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앞둔 영남권 복선전철 타보니…동대구→울산 태화강 84분 주파
4개 철도사업 18년만에 마무리…동대구∼부전 운행시간은 42분 단축
수도권-영남권 접근성 향상…울산∼부산 광역전철 연결돼 주민 편의↑
2024년 말 중앙선 도담∼영천 복선전철 개통시 청량리∼부전 3시간 17분
(경주·울산=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지난 8일 오전 10시 18분 동대구역에서 준고속열차인 KTX-이음 시승열차에 몸을 실었다.
영천역, 아화역, 신경주역, 북울산역을 지나 태화강역에 도착한 시간은 낮 12시 10분께. 취재차 중간중간 신설역사에 내려 잠시 머물렀던 시간을 제외하고 열차 탑승 시간만 계산하면 1시간 24분 정도였다.
시승열차가 운행한 구간은 모두 복선화·전철화 공사가 마무리돼 개통을 앞둔 노선이다.
기존에 단선·비전철 노선으로 무궁화호 등 구형 열차가 다녔을 때와 비교하면 시승 구간의 총 탑승 시간은 28분가량 단축된 것이다.
시간을 아꼈을 뿐 아니라 신형 전동차를 타고 새로 깔린 철로를 달리다 보니 승차감이 좋았고 화장실, 휴대전화 충전기 등 각종 편의시설도 이용이 편리했다.
이번에 시승한 노선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라 추진된 영남권 4개 철도사업의 일부다.
4개 철도사업은 ▲ 동대구∼영천 ▲ 영천∼신경주 ▲ 울산∼포항(신경주∼포항·태화강∼신경주) ▲ 부산∼울산(부전∼일광·일광∼태화강) 등 경북·울산·부산을 잇는 228.7㎞의 단선 비전철을 208.4㎞의 복선 전철화하는 내용으로, 2003년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됐다.
신경주∼포항 구간이 2015년 4월, 부전∼일광 구간이 2016년 12월에 각각 먼저 개통한 데 이어 약 18년 만에 모든 공사가 완료돼 이달 말 완전히 개통한다. 총사업비는 6조8천271억원이 투입됐다.
선로는 시속 150∼250㎞로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됐고 준고속열차인 KTX-이음을 투입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4개 구간이 완전히 개통되면 동대구∼부전 간 선로용량이 하루 총 154회에서 총 523회로 369회 늘어난다. 운행 시간은 총 3시간 10분에서 2시간 28분으로 42분 단축된다.
동대구역과 신경주역에 고속철도(KTX)가 다니는 만큼 이번 개통으로 수도권과 영남권 간 접근성도 크게 좋아질 전망이다.
여기에다 2024년 말 중앙선 도담∼영천 간 복선전철까지 개통되면 서울∼부산 간 접근성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병균 국가철도공단 영남본부 동해남부사업단장은 "영천시·경주시·울산광역시 주민의 고속철도 접근성이 좋아져 고속철도 수혜지역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중앙선 도담∼영천 간 복선전철 개통 시 청량리에서부터 부전까지 KTX-이음이 운행해 청량리∼부전 구간 소요 시간이 6시간 58분에서 3시간 17분으로 3시간 41분 단축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비수도권 지역에 첫 광역전철망이 구축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부산∼울산 구간은 광역전철(전동차)과 일반열차가 함께 다닌다. 부산과 울산 두 광역도시를 교통카드를 찍고 전철을 타며 오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설역사 8개 중 2개(남창역·태화강역)는 전철과 일반열차가 모두 정차하며 나머지 6개는 광역전철만 정차한다.
국토교통부는 주민 편의를 위해 태화강역에서 북울산역까지 광역전철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년에 타당성 조사를 진행해 2025년까지 연장하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복선전철 개통 후 기존선은 모두 폐선된다. 민 단장은 "폐선 부지는 레일바이크 등 관광지로 개발되거나 시민 공유 공간 등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4개 사업별로 신설되는 역사는 영천∼신경주 1개(아화역), 울산∼포항 3개(북울산역·나원역·안강역), 부산∼울산 8개(좌천역·월내역·서생역·남창역·망양역·덕하역·개운포역·태화강역)다.
열차를 시승하면서 아화역과 북울산역, 태화강역을 방문해 내·외관을 둘러봤다.
중앙선과 경부선, 동해선이 만나는 중간 지점에 위치한 아화역은 지상 2층에 연면적 1천412㎡ 규모로 지어졌다.
63면의 주차 공간을 갖췄고 환승시설은 버스정류장 1면과 택시정류장 4면, 승용차 환승 공간 2면으로 구성됐다. 2026년 기준으로 하루 755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울산역은 울산역에서 동쪽으로 29.5㎞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지상 1층에 연면적 1천342㎡ 규모이며 주차장 99면, 버스정류장 2면, 택시정류장 4면, 승용차 환승 공간 3면으로 건설됐다.
울산공항이 3㎞ 이내에 있고 주변에 택지개발 수요까지 있어 2025년 기준 하루 3천912명의 이용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화강역은 기존에 무궁화호가 다니던 구 역사를 철거하고 바로 옆에 신축한 건물이다. 지금도 무궁화호가 다니고 있기에 이용객 편의를 위해 지난 3월부터 일부 운영 중인 상태다.
지상 5층에 연면적 7천580㎡ 규모로 지어졌고 주차장 83면, 버스정류장 14면, 택시정류장 18면, 승용차 환승 공간 17면이 함께 조성됐다.
광역철도가 함께 정차하는 역인 만큼 다른 역들보다 규모가 컸다. 울산의 상징인 고래를 형상화했다는 외관도 눈에 띄었다.
예상 여객수요는 2025년 기준 하루 1만3천435명으로, 현재의 약 3천명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다.
신설 역사들의 공정률은 99∼100% 수준이다. 민 단장은 "이달 20일까지 종합시험운행을 종료하고 후속 행정절차를 거쳐 이달 말 차질없이 개통하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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