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냐 보건이냐…오미크론 확산 속 세계 백신의무화 논쟁 격화

입력 2021-12-12 09:15
자유냐 보건이냐…오미크론 확산 속 세계 백신의무화 논쟁 격화

방역규제 강화 반발해 "빅브라더·나치 정권" 비난

유럽 극우 득세도…분열·양극화 사회비용 우려

이탈리아 등 진통 거쳐 접점 찾아가는 국가도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 속에 백신 의무화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12일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가 오미크론 확산을 우려해 방역규제를 강화하자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특히 백신 의무화 효과가 있는 방역패스를 둘러싸고 개인의 기본권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이 심하다.

영국의 경우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오는 15일부터는 일부 공공시설 출입 시 방역 패스를 요구한다는 새 계획을 발표하자 그의 친정인 보수당조차 백신 패스는 차별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거리에서 결집한 시위대는 자국 정부를 나치, 빅브라더(사회를 밀착 감시하는 전체주의 정권) 등에 빗대며 반대 시위에 나섰다.

상황이 비슷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극우 세력의 활동이 한층 눈에 띈다.

유럽 내에서 비교적 저조한 백신 접종률에 고심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백신 정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독일 연방하원은 내년 3월 중순부터 보건 분야 종사자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감염예방법 개정안을 전날 의결했다.

오스트리아는 12일 봉쇄 조처를 해제하기로 했지만 백신 미접종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14세 이상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내년 2월 도입한다는 계획안을 지난 9일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의 강도 높은 정책에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독일 동부 작센주에서는 지난 주말 수천명이 정부 규제와 백신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특히 정부를 규탄하는 극우 세력의 선동으로 시위는 한층 과격한 경향을 띤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는 경찰 추산 4만 4천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백신 의무화 정책과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봉쇄 조처에 항의했다.

이 자리엔 극우파 자유당 대표인 허버트 키클이 주요 연설자로 나서 시위를 주도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뉴욕타임스(NYT)는 공중 보건을 목적으로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어느 정도까지 제한할 수 있느냐는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고 해설했다.

영국 킬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 클리퍼드 스토트는 NYT 인터뷰에서 백신 의무화 논쟁이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토트 교수는 "백신 패스는 '우리' 대 '그들'로 나뉘는 사회를 만들어 양극화와 분열을 야기한다"며 "구조적 불평등을 증폭시켜 무질서를 초래할 방안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인권변호사인 애덤 와그너는 "백신 패스 전환의 위험성은 자유지상주의자와 백신 회의론자들을 과격하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팬데믹이 발발한 지 거의 2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충돌하는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 논쟁하고 있으며 좋은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자유와 공중 보건 사이에서 균형을 점차 갖춰나가는 국가도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10월 근로자들에 백신접종을 증명하는 '그린 패스'를 요구하자 전국적인 반대 시위가 확산했다.

그러나 시위는 몇 주 후에 가라앉았고 현재 이탈리아 시민 대부분은 식당이나 술집 등 공공장소 출입에 필요한 그린 패스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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