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에 160명 욱여넣었다…멕시코 이주민 참사 충격파 확산
"탑차 안 위치에 생사…벽쪽에 실린 이들 주로 사망"
질식사 정황도…멕시코, 피해자들에 인도주의 비자
멕시코 대통령 "단속 말고 근본적 해결" 미국에 지원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멕시코 남동부 치아파스주에서 9일(현지시간) 이주민을 태운 트럭이 사고로 쓰러질 당시 안에는 약 160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0일 AP, AF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고 여파로 이주민 최소 55명이 사망하고 104명이 다치면서 화물 탑차에 약 160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날 미국으로 향하던 중남미 이민자들을 실은 화물 탑차가 치아파스주의 주도 툭스틀라구티에레스로 연결되는 고속도로 커브 길을 돌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져 근처 육교 하단과 충돌했다.
AP통신은 부상자 중 약 40명이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고 20명 정도가 골절, 이밖에 심한 경우 뇌 손상과 내상을 입은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루이스 로드리게스 부시오 국가방위군 사령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여파로 100명 이상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중 최소 19명이 미성년자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벗어난 일부 생존자를 제외하더라도 사상자를 종합하면 160명 정도가 트럭에 타고 있던 것으로 집계된다.
부시오 사령관은 피해 이주민 대부분이 과테말라 출신이며 일부는 도미니카공화국, 온두라스, 에콰도르 출신이라고 밝혔다.
초기 조사 결과 이들은 며칠 전 소규모 그룹으로 나눠 멕시코에 도착했으며 치아파스주 중부 산악지대에 있는 도시 산크리스토발 데라스카사스에 있는 밀입국 알선업자 집에서 모여 9일 오후에 트럭에 탑승했다고 덧붙였다.
사고 생존자들은 당시 트럭 안에 자리잡은 위치가 생사를 갈랐다고 설명했다.
트럭이 쓰러지면서 내부 벽 쪽에 붙어있던 이주민들은 사망했고 무리 중간에 끼어있던 사람들은 완충 효과 때문에 목숨을 건졌다는 것이다.
현장에 달려가 도운 한 지역 주민은 트럭 내부에 꽉 들어찬 사람 무 게 때문에 압사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상의 상당 부분은 타박상이나 내상이었지만 처음에 발견된 시신 45명에서는 골절 증거가 전혀 보이지 않아 질식사가 의심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루이스 마누엘 모레노 치아파스주 민방위청장은 병원으로 이송된 상당수가 중상을 입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사고 이후 멕시코 이민청은 피해자들에 인도주의 비자를 발급할 예정이며 정부에서 사망자 확인, 장례 또는 유해 송환 비용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다음 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주민들의 실태를 지적하며 세계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민 문제는 일자리와 복지 기회가 아닌 강압적인 방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사람들은 즐거움 때문이 아닌 필요상 마을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민 행렬을 막고 싶으면 중미 개발원조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에 대해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느리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셀리 이민정책연구소장은 "최근 밀입국 알선업이 국경을 가리지 않고 범죄 집단이 손을 잡는 거대 네트워크 형태로 발전했다"며 "이주민들이 더이상 알선업자 손에 맡겨 위험한 여정에 내몰리는 대신 이들을 위한 합법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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