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선 총리 베를루스코니, 이번엔 대통령 도전?
측근 "출마 의지 굳혔다" 주장…도덕성·자질 의문 지속
출마해도 선출 장담 못해…좌파 정당 "지지 않겠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3선 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이탈리아 정계의 '추문제조기'로 불리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5) 전 총리가 다시 한번 정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내년 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현지 언론에서는 베를루스코니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며 벌써 그 가능성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본인이 관련 언론 보도와 정가의 하마평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가운데 측근들 사이에서는 그가 사실상 출마 의지를 굳혔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가 창당한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소속 한 의원은 "지난 두 주 간 그를 두 번 만났는데 완전히 열의에 찬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그가 과거 자신의 모친에게 '언젠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도 정가에서 회자된다.
실제 그의 최근 움직임은 대통령 출마 관측을 뒷받침한다.
베를루스코니는 지난달 1천 명에 가까운 상·하원의원 모두에게 자신의 역대 연설문과 정책을 담은 자료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원의원들에게 대통령 선출 투표권이 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간접 선거운동에 들어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10월에는 대통령 출마 가능성을 묻는 언론 질의에 "국가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러서지 않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며 출마 의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1948년 공화국 수립 이래 총리 출신이 대통령이 된 사례도 적지 않다. 헌정 이후 배출된 대통령 총 12명 가운데 4명이 총리를 지냈다.
베를루스코니는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0∼2000년대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내는 등 이탈리아 정계의 한 시대를 주름잡은 인물이다.
총리를 지낸 기간은 9년 2개월로, 전후 최장기 재임 기록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탈리아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총리 재임 때인 2010년 자신의 호화 별장에 미성년 매춘부를 불러들여 난잡한 '섹스 파티'를 벌인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등 각종 추문과 비리에 연루돼 법정을 드나들었다.
부도덕한 사생활에 더해 정계 입문 이후에도 계속된 사익 추구 행태, 총리 재임 때의 각종 실정 등은 지금도 논란이다. 당파를 떠나 국민적 통합과 결속을 위해 일해야 하는 대통령직에 어울리는 자질과 성품을 갖췄느냐에 대한 의문이 뒤따르는 이유다.
그가 대통령직에 도전할 경우 선출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임기 7년에 연임이 가능한 이탈리아 대통령은 의회를 통한 간접 선거 방식으로 선출된다.
후보자는 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세 차례 투표에서도 충분한 표를 얻지 못하면 네 번째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를 뽑게 된다.
하지만 현재 의석 수 분포를 보면 우파 진영이 '대동단결'해 베를루스코니에 표를 몰아준다고 해도 과반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나온다.
결국 대통령이 되려면 좌파 정당의 뒷받침이 절실한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당장 좌파 진영을 대표하는 민주당(PD)은 베를루스코니가 출마해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총리를 지낸 엔리코 레타 민주당 당수는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인물이 선출되지 않으면 정부는 금방 무너질 것이라며 '베를루스코니 대통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의 정치적 파트너이자 원내 제1당인 반체제정당 오성운동(M5S)도 내부적으로 반대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선출 투표는 내년 1월 중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르조 마타렐라 현 대통령은 7년 임기를 마치고 내년 2월 퇴임할 예정이다. 그는 이미 여러 경로로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천명한 상태다.
이탈리아 대통령은 평시에는 다른 내각제 국가와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국가수반의 역할에 그치지만, 연립정부가 붕괴하는 등 비상 정국에서는 의회 해산, 차기 총리 후보자 지명 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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