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비대면진료 급부상…'진찰에 한계' 지적도

입력 2021-12-12 07:00
코로나로 비대면진료 급부상…'진찰에 한계' 지적도

고대안암병원·가천대길병원 등, 해외거주 환자 비대면진료 도입

의협도 '대면 진찰 원칙' 전제로 일부 원격진료 필요성 인정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재택치료가 확대되는 가운데 비대면 진료가 의료현장에 서서히 들어오고 있다. 한때 원격진료를 막기 위해 파업도 불사하겠다던 의료계도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병원들은 재외국민이나 외국인 등 코로나19로 내원이 어려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개시를 앞두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제이엘케이[322510]의 재외국민 원격진료 플랫폼을 시험 중이며, 내년 초에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폐렴 증상을 느낀 환자가 현지 병원에서 찍은 엑스레이 영상을 제이엘케이 플랫폼에 전송하면 AI가 해당 영상을 분석해 국내 전문의에게 보고한다. 전문의는 분석 결과를 종합해 환자와 화상 통화로 진료를 할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도 이 서비스를 원내에서 가동할 계획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미 지난해 7월 현대건설[000720], 퍼즐에이아이와 업무협약을 맺고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현대건설과 협력사 노동자의 건강 상담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온라인 영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기존에 내원한 이력이 있는 외국인 환자를 위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다.

개원 의사가 회원의 대다수인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최근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있어서는 비대면 진료 기관 범위를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의협은 한동안 대형병원 환자 쏠림, 전문의약품 오남용 우려, 의료 질 저하 등을 이유로 원격진료를 강경하게 반대해왔으나, 최근에는 자세가 사뭇 유연해졌다.

의협은 최근 서울특별시의사회(서울시의사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 코로나19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을 대형병원에서 동네 의원급까지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도 동네의원급 의료기관 참여방안을 시범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에 호응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단골 환자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동네의원에서 의사 1인당 환자 50명 미만을 관리하는 모델을 마련했다. 1일 2회 모니터링과 비대면 진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 상황에서 나온 제안이긴 하지만, 사실상 의료계에서 먼저 비대면 진료 범위의 범위를 넓히자고 한 것이어서 상당한 태도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의협은 "환자 대면이 원칙이라는 기존 입장은 바뀐 게 없다"며 원격진료는 코로나19 환자 폭증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금은 감염병 재난 상황인 만큼 활용 가능한 자원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며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무조건 (대면진료 원칙으로) 원상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코로나19 환자의 재택치료에서 오히려 원격의료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환자들은 의사를 직접 보지 못하니 불안하고, 의사들도 질환 진행 경과를 정확히 알지 못해 중증 이환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청진이라도 해보고 숨소리가 바뀌는 걸 들으면 환자 상태가 나빠지는 걸 쉽게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이사는 "정부는 원격의료 도입에 있어 의료 전문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하며, 환자의 건강에 앞서 플랫폼 산업 진흥 측면만 부각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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