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첫 노조 결성에 모바일 주문 부담도 한몫

입력 2021-12-10 12:23
수정 2021-12-10 14:59
스타벅스 첫 노조 결성에 모바일 주문 부담도 한몫

블리자드도 노조결성 동의 서명운동 벌이며 설립 첫발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의 미국 매장에서 50년 만에 노동조합이 결성된 데에는 이 회사의 모바일 주문 및 결제 서비스 '사이렌 오더'로 인한 업무 부담 증가가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버펄로 스타벅스 매장의 바리스타들은 사이렌 오더로 늘어난 업무량에 대해 발언권을 확대하고 싶은 점도 노조 결성을 추진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이날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는 이곳의 한 스타벅스 매장 근로자들의 노조 결성 찬반투표 결과 찬성 19명, 반대 8명으로 각각 집계됐다고 밝혔다. NLRB가 투표 결과를 승인하면 스타벅스의 미국 내 직영 매장 9천 곳 가운데 처음으로 노조가 생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스타벅스의 모바일 주문이 급증했다.

예컨대 지난달 스타벅스가 연휴 시즌 음료를 출시하면서 무료로 텀블러를 나눠주자 모바일 주문이 몰려 직원들이 해당 주문을 처리하는 데 40분씩 걸리고 이를 기다리지 못한 고객들이 남기고 간 음료수도 최소 30잔을 버려야 했다고 버펄로 매장의 바리스타 제임스 스크레타는 말했다.

바리스타들은 모바일로 들어오는 시간당 주문량을 제한할 수가 없고, 개별 매장 차원에서 모바일 주문의 접수 자체를 일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단, 그렇게 하려면 매니저가 이를 허가하고, 본사가 이를 최종 승인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고객들의 주문은 인근 매장들로 돌려지기에 인근 매장 직원들의 업무부담이 늘어나게 된다고 바리스타들은 주장했다.

바리스타들은 더 많은 월급과 더 높은 직급을 바라는 것도 맞지만, 모바일 오더로 인한 과로와 다른 기술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노조 결성의 중요한 동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런 신기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술들이 개발되고 매장에 적용될 때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바리스타 케이시 무어는 "기술이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직원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며 "노조가 없어 기술이 어떻게 우리를 위해서도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고객 서비스를 평가하는 성과관리 프로그램도 바리스타들의 불만 대상이다. 특히 드라이브스루 주문의 처리 속도를 측정하는 기술에 바리스타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

제임스 스크레타는 "시한폭탄을 해체하려는 압박감 속에서 음료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사내 성희롱 사건을 은폐한 사실로 내홍을 겪고 있는 미국 대형 게임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에서도 노조 결성 움직임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블리자드 일부 직원들은 상위 노조와 협력해 조합에 의해 대표될 것을 원한다는 내용의 조합 수권 카드(authorization card)의 서명을 받고 있다.

직원들 30%의 서명을 받게 되면 노조 결성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블리자드 직원들은 아울러 한 블리자드 스튜디오의 직원 일시 해고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작업 중단에 참여하는 동료들을 돕고자 파업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최근 수개월 간 직장 내 성폭행과 성추문, 여성 차별 등으로 인해 각종 정부 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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