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지식인 100명 "노트르담 현대적 실내장식 안돼"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2019년 4월 화재로 소실된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현대적으로 복원하겠다는 파리대교구의 구상에 대해 프랑스 예술계와 학계 인사 100명이 반대하고 나섰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프랑스 지식인과 예술가, 작가, 학계 인사 등 100명은 8일 르피가로지에 탄원서를 보내 파리대교구가 노트르담 대성당을 현대적인 관광 명소로 만들려 한다며, 이는 대성당의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파리대교구는 대성당 내부에 디지털 영사기를 설치하고 관람객 통로를 만들어 연간 1천200만 명에 이르는 방문객에게 기독교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구상은 교계 안에서도 논란을 일으켰으며, 특히 전통주의자들은 미셸 오프티 파리대주교가 밀어붙인 현대화 구상에 맹렬히 반대했다.
또 성당을 가능한 한 화재 전의 모습 그대로 복원하겠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약속과도 배치되는 것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탄원서에 서명한 이들은 역사학자이면서 아카데미 프랑세스 회원인 피에르 노라, 철학자이자 에세이스트인 알랭 핑켈크로트, 마크롱 대통령에게 문화유산에 관해 자문하는 방송인 스테판 베른 등이다.
이들은 "파리대교구가 복원 공사를 빌미로 대성당 내부를 신성한 예배의 공간이 아닌 다른 것으로 바꾸려 한다"면서 "화재로 소실된 것은 지붕과 첨탑 뿐이고 내부의 유산은 전혀 파괴되지 않았는데도, 대교구는 대성당의 본래 모습을 변형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대교구의 계획은 성당의 첨탑을 지은 19세기 프랑스 건축가 외젠 비올레 르 뒥의 설계를 망치려는 것이며 벽에 영상을 투사할 디지털 영사기와 조명, 움직이는 벤치 등은 '싸구려 장식'일 뿐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대성당 교구사제인 파트리크 쇼베 신부는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대성당이 흉물로 변하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성당 현대화 계획에 앞장서고 있는 질 드루엥 신부는 재설계 구상이야말로 대성당을 중세의 본래 모습에 더 가깝게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드루엥 신부는 참사회 의원이면서 교회 건축 전문가다.
프랑스 정부의 국가유산건축위원회(NHAC)는 대교구의 이 계획을 9일 검토하기로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다른 교회들처럼 정부 소유다.
NHAC 위원장인 알베릭 드 몽골피에 상원의원은 국가 유산에 관한 법률에 따를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구상에 대해서도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프랑스 정부는 2024년 파리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성당을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외부 공사는 이미 올가을 시작됐다.
한편, 오프티 대주교는 여성 편력이 드러나 지난주 사임했다.
그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가 간음하지 말라는 계율을 어겼다고 지적하며 그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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