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숄츠호 야심찬 좌향좌…기후중립 지향 복지국가 청사진
최저임금 인상·아동 기초생활보장·시민수당 도입
2030년까지 탈석탄 조기종료·전력의 80% 재생에너지로 조달
신규주택 40만호 건설·대마초 합법화·선거연령 16세로·이중국적 허용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독일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새 연립정부가 야심 차게 설정한 '기후중립을 지향하는 복지국가'라는 청사진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취임한 신호등 연정의 정책기조를 178페이지에 걸쳐 망라한 '더 많은 진보를 위한 시도(Mehr Fortschritt wagen)'라는 연정협약서를 보면 이들은 독일을 더 나은 복지국가로 만들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시민수당, 아동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수혜 대상은 저임금 노동자와 실업자,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 등으로 지난 수십여 년간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나고, 기업들이 임금협약에서 이탈하고, 공장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가복지가 축소돼 고통받아온 돈이 없는 이들이다.
이는 가진 자들에 유리하게 부유세를 없애고 최고세율을 낮추고 자본수익 과세를 낮춰 사회적 격차가 심화했던 지난 수십여 년과 비교했을 때 대대적인 진로 변경이라고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평가했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신호등 연정의 계획대로 한번에 9.6유로(1만2천800원)에서 12유로(약 1만6천원)로 인상되면 1천만명의 임금이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숄츠 총리의 설명이다.
장기실업자에 지급하는 하르츠법에 의한 실업수당(하르츠Ⅳ)은 시민수당으로 탈바꿈하며, 지금까지 가구에 대한 지원을 하나로 묶은 아동 기초생활보장제도도 도입된다.
유럽경제연구센터(ZEW)의 추산에 따르면 이를 통해 독일내에 140만명의 아이들을 포함해 240만명이 빈곤 위험에서 탈피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격차 완화 정책 등을 모두 능가하는 신호등 연정의 목표는 세계 4위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제와 사회를 8천만 인구가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기후중립)을 지향하며 살 수 있도록 탈바꿈하는 것이다.
신호등 연정은 이를 위해 2030년까지 탈석탄을 가급적 조기 종료하고, 전력의 80%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는 65%였고, 올해 상반기에는 42%다.
이에 따라 기후와 에너지 분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최대한 확대하는 게 결정적인 열쇠가 될 전망이다.
국토의 2%는 풍력발전시설을 위해 비워두고 모든 관련시설 설치가 가능한 지붕에는 태양광에너지를 만드는 데 활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2030년까지 해상풍력발전단지 전력생산 목표는 기존 20GW(기가와트)에서 30GW로 높였다. 이를 위해서는 1천개의 풍력발전기를 더 세워야 한다.
신호등 연정은 또 2030년까지 1천500만대의 완전전기차 등록을 목표로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과 결별해 단계적으로 화석연료 시대를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신호등 연정은 주택난 해결을 위해 매년 공공주택 10만호를 비롯해 신규주택 40만호를 건설하고, 주택시장이 불안정한 지역의 신규임대와 월세인상을 제한하는 월세브레이크제도는 2029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성인을 대상으로 인증받은 상점의 대마초 판매를 합법화하고, 선거 연령은 18세에서 16세로, 승용차 운전면허 취득 연령은 17세에서 16세로 낮추기로 했다.
외국에 뿌리를 둔 독일 시민에 대해서는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독일 국적 취득은 간소화된다. 독일 내 융합력이 뛰어난 경우 3년 만에도 취득이 가능하다.
독일 내에서 외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 중 한 명이 5년이상 독일에 합법적으로 체류한 경우 독일 시민이 된다.
SZ는 신호등 연정이 위기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독일을 자신들의 설계에 따라 변화시키려 한다며, 새 연정이 이런 야심찬 계획을 내놓은 것은 50년여 전 빌리 브란트 총리 시절 사민·자민 연정이후 처음이라고 논평했다.
실제로 신호등 연정의 연정협약서의 제목 '더 많은 진보를 위한 시도'는 1969년 브란트 전 총리의 유명한 국정보고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한 시도(Mehr Demokratie wagen)'와 유사하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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