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법원, 테러단체 폭탄 제조책에 '무기징역'

입력 2021-12-09 12:06
인도네시아 법원, 테러단체 폭탄 제조책에 '무기징역'

2004∼2006년 29명 숨진 3건의 테러 사건 폭탄제조 혐의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폭탄 교수'라는 별칭으로 악명을 떨친 인도네시아 테러단체 제마 이슬라미야(JI) 소속의 폭탄 제조 전문가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9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자카르타 동부법원은 JI 핵심 조직원 타우픽 불라가(43)에게 전날 종신형을 선고했다.

본명보다 '우픽 라왕가'라는 가명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2004년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니버스 테러, 2005년 22명이 숨진 술라웨시섬 포소 시장 테러, 2006년 포소의 기독교 여성 1명이 숨진 손전등 폭탄테러에 사용된 폭탄을 제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인도네시아는 국민 87%가 이슬람 신자이지만 포소와 주변 지역은 무슬림과 기독교인 비율이 엇비슷하다.

이곳에서는 2000∼2001년 무슬림과 기독교인 간에 충돌이 벌어져 1천여명이 숨졌으며, 이후에도 폭력 사태가 잊을만하면 반복됐다.

우픽은 2002년 포소 지역에서 JI 조직원으로 합류한 뒤 말레이시아인 폭탄 전문가 아자하리 빈 후신으로부터 제조 기술을 배웠다고 자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무슬림과 기독교인 분쟁으로 친척과 친구들이 숨졌다"며 "폭탄을 제조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사용될지 몰랐고 공격에 가담하지 않았다. 상부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희생자 가족에게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 슬픔을 남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유죄로 판결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우픽은 2005년 포소 시장 테러 이후 술라웨시섬을 떠나 수마트라섬 람풍에서 가족과 함께 오리 농장을 운영했다.

인도네시아 경찰 대테러 특수부대 '88파견대'(Densus88)는 작년 12월 람풍에서 JI 핵심 지도자 줄카르나엔(57)을 추적 18년 만에 체포했고, 비슷한 시기에 인근에서 우픽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우픽의 집에서는 사제 총과 폭발물이 있는 벙커가 발견됐다.

JI는 동남아 이슬람 통합국가 건설을 목표로 결성된 이슬람원리주의 단체로, 발리 테러를 비롯한 각종 테러의 배후조직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JI 조직원이 전국에 6천명 이상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해 최근 2년간 500여명을 검거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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