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8세 이하 103만원' 지급방식 우왕좌왕…경비만 1조 논란
'절반은 쿠폰으로'→'전액 현금도 가능'
상위 10% 제외 기준도 형평성 논란…행정 혼란 이어질 듯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18세 이하에게 10만엔(약 103만원)을 지원하는 일본의 경제 정책이 우왕좌왕하며 혼란을 낳고 있다.
9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전날 중의원 본회의에서 10만엔의 절반을 쿠폰으로 주는 정책에 관해 "쿠폰 지급을 원칙으로 검토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실정에 따라 현금으로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게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10만엔의 지원금 중 5만엔을 연내에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 5만엔은 내년 봄 입학 철에 맞춰 양육 관련 상품 등에 쓸 수 있는 쿠폰으로 지급하기로 했는데 전액 현금 지급도 용인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5만엔 쿠폰 지급 원칙은 지원금을 주면 저축을 하거나 지정된 용도와 다르게 쓰는 것을 막으려고 정했는데 전액 현금 지급과 비교해 행정처리 비용이 967억엔(약 9천982억원) 더 든다는 추정이 나오자 논란이 일었다. 이 경우 전체 사무비용은 1천300억엔(약 1조3천423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는 중앙정부가 보정예산(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한 금액일 뿐으로 지자체의 업무 증가까지 고려하면 막대한 행정력 손실을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작년 초 코로나19에 대응해 12조엔(약 124조원) 이상을 투입해 '전 국민 10만엔'을 지급했지만 코로나19 피해 지원과 더불어 기대했던 소비 진작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을 의식해 쿠폰 지급을 고집해 왔다.
작년 지원된 돈은 대부분 저축됐으며 소비로 이어진 것은 최대 27%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이번에 추진하는 18세 이하 10만엔 지원금은 소득상위 10% 가구를 제외하기로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연 소득이 960만엔(약 9천906만원) 이상이면 제외하기로 했는데, 가구원 합산 소득이 아니라 가구원 중 최고 소득자의 소득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부가 800만엔씩 연간 1천600만엔을 버는 맞벌이 가구는 지원금을 받지만, 1천만엔을 버는 홑벌이 가구는 받지 못하게 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현금 지급도 인정한다는 방침으로 논란이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지방자치단체의 실정'은 기준이 모호해 행정 현장의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배포 방법이나 (쿠폰을 쓸 수 있는) 상품의 대상 범위 등 세부 설계를 지자체에 통째로 맡긴 실정"이라면서 "전액 현금으로 해도 좋은지, 절반을 쿠폰으로 주면 안 되는지 정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대상 상품 지정, 쿠폰의 형식(종이 또는 디지털) 결정, 상품 판매업자 모집 및 등록 등 지자체가 많은 업무 부담을 떠안은 상황이며 "정권이 속도를 중시해 정책 결정을 서두른 것"이 혼란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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